사춘기 딸, 아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그것도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대양 육대주를 오롯이 함께.
가족이 함께 떠나는 장거리 여행은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가 되기에 누구나 소중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선뜻 마음먹고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서진완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가 아내와 두 자녀와 함께 1년간의 세계여행을 책에 담았다. 자사고 입학을 앞둔 아들이 선뜻 허락을 하지 않았으며, 아내의 병치레로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서 교수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다행히 여행은 떠나기로 결정을 냈고, 가족은 1년간 준비에 들어갔다. 2013년 1월 인도를 시작으로 파키스탄, 이집트, 터키, 런던,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뉴질랜드, 호주 그리고 다시 서울로 1년여간 네 명은 시간과 공간을 함께 했다. 그리고 돌아왔다.
신혼여행에서 싸움 한번 하지 않은 부부가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듯이 1년여의 가족여행은 늘 혼연일체된 행복만이 충만하지는 않았다. 때론 의견충돌이 벌어지기도 하고,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을터. 그러나 낯선 환경에서 서로 의지하며 오랜 시간 같은 공간과 시간을 기억하며 오랫동안 공유할 수 있는 수많은 비밀코드를 만드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분명한 것은 의견 충돌과 화해의 과정에서 가족애는 더욱 돈독해지며, 서로 아껴주는 마음이 금강석처럼 단단해졌다는 사실이다.
어렵게 들어간 자사고에 자퇴서를 제출하고 1년간 학교 대신 여행을 함께 했던 아들은 대학생이 되었고, 화학자가 꿈인 딸은 고3이 되었다. 서 교수는 “아이들이 각자 자신의 인생을 살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독립심이 강해졌다. 아이들 걱정은 잊고 이제 우리의 삶에 집중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여행은 그때 그 순간 보다 나중에 기억이 더 오래 남는다. 아내는 지금도 이맘때 우리가 있었던 곳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한다. 함께 했던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여행”이라면서 온 가족이 떠났던 세계여행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책의 외형은 소박하다. 일기처럼 블로그에 올린 글은 추리고 추려 압축했고, 서 교수가 직접 촬영한 사진은 곳곳에 배치했다. 사진이 많지만 모두 흑백사진이다. 서 교수는 “세계 여행의 일정을 담으면서 칼라판으로 제작하면 너무 호화판처럼 비칠까 우려되었다. 실제 호화판 여행도 아니라는 것을 알리는 방법으로 아날로그적인 디자인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온 가족이 떠난 과감한 세계 여행의 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살아가면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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