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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외국인관광, 감추고 싶은 것을 ‘히든 스폿’으로

정명진 외국인 관광 전문 코스모진 여행사 대표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은 2016년 1,546만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같은 해 관광객의 한국 재방문율은 38.6%로 2012년 41.8%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관광객들이 방한 기간 중 어떤 활동을 했는지 살펴보면 그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가 무슨 의미를 갖는지 엿볼 수 있다. 외국인 방문객의 75.7%는 ‘쇼핑’을, 51%는 ‘식도락 관광’을 했지만 불과 25%만이 ‘고궁·역사 유적지 방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쇼핑과 식도락은 한국이 아니어도 홍콩·일본·유럽과 같은 대체 국가가 충분하기 때문에 재방문율 감소는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한국은 과연 보여줄 것이 없는 나라인가. 아니다. 필자는 대한민국이야말로 다양한 스토리와 함께 숨은 관광요소가 가득한 나라라고 확신한다.

우리나라는 5,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바탕으로 고유의 문화를 꽃피웠으며 세계 근대사에 중요한 부분이자 동시에 세계 안보의 한가운데에 위치한다. 특히 남북전쟁이나 일제시대와 같은 정치적·역사적으로 감추고 싶어 하던 요소들은 외국인들의 눈에 더 없이 유니크하면서도 특별한 포인트로 주목받을 수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무대에서 최고의 관광지 반열에 올라설 수 있는 핵심 역량이다.

그런데 국내 관광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방한 외국인들에게 우리는 매번 ‘뻔한’ 코스만을 소개하고 있다. 이제 경복궁·인사동·명동에도 한계가 찾아왔고 그만큼 대안이 빠르게 마련돼야 할 때임을 피부로 느낀다.



얼마 전 필자가 글로벌 기업을 의전할 때 대단한 호응을 이끌어낸 곳이 있다. 바로 한국가구박물관이다. 고즈넉한 성북동 언덕배기에 한옥 10여채와 목가구 2,550점을 전시한 이곳은 옛 사대부의 일상을 엿볼 수 있도록 해 최근 외국인들의 이색체험 공간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 고유의 절제된 분위기 속에서 비즈니스 계약은 성공리에 체결됐다.

꼭 화려하고 거창하지 않더라도 우리 일상생활 자체가 유니크한 관광 요소로 부상되기도 한다. 일례로 강원도의 한 농장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장 담그기 체험을 주최해왔다. 참가자들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담근 된장·간장은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외국인들은 이런 경험을 하며 한국을 보다 가까이 느끼고 더 깊숙이 빠져든다. 그리고 자신이 담근 장을 확인하고자 다시금 한국을 찾게 된다.

도심 속에도 숨겨진 관광 ‘핫플레이스’는 존재한다. 베일에 싸여 있던 여의도 벙커나 스토리가 담긴 작은 왕릉도 관광자원으로 빛을 발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가득하다. 다만 우리가 관심을 주고 있지 않을 뿐이다.

외국인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다시금 대한민국으로 이끄는 것은 매번 똑같은 쇼핑과 먹거리가 아니라 우리 고유의 문화가 깃든 ‘히든 스폿’이다. 꽁꽁 감춰져서가 아니라 우리가 발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히든’이다. 우리부터 시선을 돌려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숨겨진 이야기가 꽃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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