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1심 항소 기한이 끝나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고인의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또는 1심의 대리인이나 변호인은 피고인을 위해 상소(항소·상고)할 수 있어 이 항소장은 유효하다.
다만 이 항소가 박 전 대통령의 의사에 따른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박 전 이사장은 그간 박 전 대통령을 면담하거나 직접 연락한 바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과 소통이 되는 유일한 외부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오후 박 전 대통령을 접견했으나 항소 여부에 대한 결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 측의 항소 절차는 일단락된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이 앞으로 명백히 항소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2심에서 유죄 부분에 대해 겨뤄볼 여지가 생긴 것이다. 만약 항소를 거부하고 싶다면 언제든 의사를 밝혀 동생의 항소 효력을 없애거나 항소심을 포기하면 된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의 항소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이 본격 시작될 예정이다. 지난 11일 항소를 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무죄를 받은 부분을 뒤집겠다는 각오로 재판 준비에 착수했다. 검찰은 삼성 측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등으로 건넨 뇌물이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을 청탁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입증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제3자뇌물수수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5명의 국선변호인단은 전원 물러난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 따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으면 서울고등법원에서 사건을 맡게 될 재판부가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임하게 된다. 이후 국선변호인들이 사건을 파악하는 기간을 거쳐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10월 재판부가 구속기간을 연장한 뒤 재판을 줄곧 거부해온 박 전 대통령이 방어전을 위해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 전 대통령은 최근 들어 예전과는 달라진 기류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국정원 특수활동비 관련 재판에는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으며 1심 선고 공판 사흘 전에는 공판을 생중계하지 말아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재판 전면 보이콧을 이어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측이 아무리 2심에서 노력한다 해도 24년이란 중형을 크게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차라리 재판 전면 거부를 계속해 정치적 프레임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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