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억해’가 충격적이지만 외면할 수만은 없는 현실, 청소년 성범죄를 조명했다.
영화 ‘나를 기억해’(감독 이한욱) 언론배급시사회가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이한욱 감독, 배우 이유영, 김희원, 오하늬, 이학주가 참석했다.
‘나를 기억해’는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같은 수법으로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범죄에 휘말린 여교사와 전직 형사가 사건의 실체와 정체불명의 범인인 ‘마스터’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
앞서 ‘숨바꼭질’(2012)로 스릴러를 선보인 바 있는 이한욱 감독은 제목 ‘나를 기억해’에 대해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한서린으로서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의지가 있고 범인 입장에서는 과거와 연관해서 스스로를 각인시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 중에서 청소년범죄와 성문제를 동시에 다루는 것에 대해서는 당초 청소년범죄에서 영화를 기억했다고 설명하며 “거기에서 모든 캐릭터와 구성이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한서린 입장을 간과하긴 힘들었다. 시간적인 구성 안배를 잘해서 두 가지 이야기를 잘 녹여서 이어가는 게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관객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처음에 찍을 때 이런 소재를 어떻게 상업영화로 만들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궁금하다”면서 “스포일러 조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유영은 미스터리한 사건에 휘말린 고등학교 여교사 한서린 역을 맡았다. 극 중 성폭력 피해자로 등장하는 만큼 연기를 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이에 이유영은 “내가 그런 일을 당하면 어떨까를 상상하면서 연기하려 노력했던 것 같다.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지점이었다. 솔직히 영화를 보고도 많이 아쉽다. 책임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또한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까 싶었는데 감독님께서 예전에 빨간 마후라 사건도 그렇고 여러 가지 큰 사건에 대해 얘기해주셔서 이런 일이 정말 있구나 알게 됐다. 아무 것도 모르는, 덜 성장한 청소년들이 하는 행동인지 가해자이지만 피해자일 수도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설명했다.
후반부 오하늬와의 몸싸움 등 액션 연기까지 선보인 이유영은 “자신 있는 건 체력뿐이었다. 살기 위해 뛰었다. 잘 뛴다고 얘기해주시더라. 체력적으로는 힘든 게 없었다”며 “하늬와는 액션 스쿨에 다니면서 합을 짰다.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맞췄던 건 다 잊어버리고 막싸움이 되더라. 그래서 아쉽긴 했는데 그게 더 리얼하게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사건의 진실을 쫓는 전직 형사 오국철로 분한 김희원 역시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현실에 있을 것 같았다. 비슷한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그 상황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너무 큰 감정이라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고 영화가 다루는 소재의 무거움을 직시했다.
이어 “이유영 씨도 그렇고 여기 있는 배우분들이 도대체 어떻게 연기할까 너무 궁금했다. 대본에서 오는 안 좋은 느낌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느끼겠는데 어떻게 연기할까 궁금했다. 오늘 보고나서는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적으로 다 잘했다고 느끼지만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다”고 이야기했다.
오하늬는 서린에 이어 ‘마스터’의 타깃이 된 양세정 역을 맡았다. 이학주는 두 얼굴을 가진 모범생 김동진 역을 맡았다. 두 사람은 ‘나를 기억해’에서 반전을 담당하는 만큼 스포일러를 경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
오하늬는 “반전에도 신경을 썼다”면서도 “그렇지만 피해자의 모습으로서 동정심을 유발하고 관객들이 문제점을 다시 돌아보게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피해자의 심정을 잘 이해하고 연기를 해보려고 했는데 잘 나타나있는지는 모르겠다”고 겸손하게 운을 뗐다.
이어 “여자 입장에서 시나리오를 읽을 때 화가 많이 났다. 다시 이렇게 영화를 보면서도 눈물이 날 정도로 화가 많이 나더라. 여성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불편하고 많이 힘들 수 있을 것 같다. 오히려 이런 영화를 보고 문제를 직시하고 한서린 선생님처럼 나서서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 여성분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나를 기억해’는 오는 19일 개봉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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