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청와대에서 회동을 하고 남북 정상회담, 추가경정예산안,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논란 등 정국 현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동은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성사됐고 약 1시간 20분간 진행됐다. 이번 회동에는 문 대통령과 홍 대표, 한병도 정무수석, 강효상 한국당 의원이 참석했다. 구체적인 합의는 도출하지 못하고 서로 할 말만 하고 헤어졌다.
문 대통령이 비공개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안보 관련 사안에 대해 제1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도 안보정당을 강조해온 만큼 이번 청와대 회동을 계기로 남북 정상회담에서 안보 이슈를 부각해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판단된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홍 대표에게 “남북대화가 시작된 만큼 야당의 건전한 조언과 대화는 바람직하나 정상회담을 부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이에 홍 대표는 “대화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국가 운명을 좌우할 기회인 만큼 과거 잘못이 되풀이돼서는 안 되며 회담이 진행되다가 폐기된 과거 사례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는 안심해도 된다”며 “지금 진행되는 것은 남북만의 협상이 아닌 북미협상도 있고 남북·북미가 의견을 모으고 있어서 과거보다 실패할 가능성은 덜하니 초당적으로 뜻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재차 협조를 구했다. 문 대통령은 홍 대표가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비핵화 협상 시 단계적 핵 폐기는 안 된다”며 “6개월에서 1년 이내에 리비아 식으로 핵을 폐기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 등 일련의 한미동맹 균열에 대한 홍 대표의 우려에 대해서는 “한미관계는 이상이 없고 미국과 평창에서 공조가 긴밀히 이뤄졌으며 모든 사항이 미국과의 협조·협력하에 이뤄지고 있어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한미동맹이 굳건하다고 자신했다.
문 대통령과 홍 대표는 국회 공전을 자초한 김기식 사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홍 대표가 김 원장의 사퇴를 요구했지만 문 대통령은 답변 없이 경청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추경예산안이 잘 처리됐으면 좋겠다”며 추경과 개헌안 등 국정 협조를 구했지만 홍 대표는 이에 대한 언급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홍 대표는 △정치보복 수사 중단 △지방선거 중립 △홍장표 경제수석비서관 해임 등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한병도 수석은 “문 대통령과 홍 대표는 4·27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며 “오늘 대화는 남북 정상회담 등 외교·안보 현안에 집중했으며 홍 대표가 제기한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해 문 대통령은 주로 경청했다”고 전했다. /김현상·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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