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참지 못하고 광고대행사 직원 얼굴에 물을 쏟아 부은 의혹으로 갑질 논란을 야기한 조현민(35·사진) 대한항공(003490) 전무에 대해 이를 해결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 전무와 대한항공에 대해 분노한 시민들의 국민청원이 수십 건 이어졌다. 특히 ‘대한항공’이라는 사명에서 ‘대한’을 빼고 태극기 로고도 삭제하라는 청원이 다수 올라왔다.
한 청원자는 “대한항공은 정부와 국민의 의지로 성장한 항공사이므로 국가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 전무를 구속수사하고 (사명에) ‘대한’ 및 태극기 로고를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청원자도 “조현아(칼호텔네트워크 사장) ‘땅콩회항’ 때도 그랬듯 부모 잘 만났다는 이유로 자매가 돌아가면서 갑질하는 모습에 정말 분노한다”며 “대한항공에서 ‘대한’을 빼달라”고 요구했다.
이밖에 청원자 중 상당수는 조 전무를 구속 수사하고 강력 처벌하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또 공무원이나 준공무원 출장 때 대한항공을 더 이상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청원도 올라왔다.
조 전무는 지난 3월 대한항공 본사와 광고 관련 회의를 하던 중 대행사 직원 얼굴에 유리병을 던지고 물을 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논란의 중심에 선 조 전무는 현재 해외에 체류하는 상황이다. 조 전무는 갑질 논란이 불거진 지난 12일 휴가를 내고 해외로 출국했다. 출국 당일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기내에서 촬영한 사진을 올리고 ‘#나를 찾지마’, ‘#휴가갑니다’, ‘#클민핸행복여행중’ 등의 해시태그를 달기도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원래 계획된 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13일 “업무상 지위에 관한 ‘갑질’ 행위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수사할 것”이라며 조 전무에 대해 공식적으로 내사에 착수했다. 내사는 정식 수사에 앞서 법규를 위반한 정황이 있는지 확인하는 단계다. 혐의가 확인될 경우 조 전무 신분은 피의자로 전환된다. 김진숙 민중당 서울시장 후보도 같은 날 조 전무를 특수폭행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광고업계와 항공업계는 이번 조 전무 논란을 두고 대체로 “올 게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양호 한진(002320)그룹 회장의 둘째 딸인 조 전무의 갑질 악명은 이미 한참 전부터 업계에 파다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조 사장 못지않게 조 전무나 다른 오너가 사람들의 행패도 심했는데 왜 조 사장만 뒤늦게 주목받았는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 전무가 물잔 등을 직접 던지지는 않았다는 게 회사 공식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조 전무 사건은 그의 언니인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의 경영 복귀에도 차질을 줄 전망이다. 조 사장은 땅콩회항 논란 이후 3년4개월만에 경영 복귀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대다수 국민이 싸늘한 시선을 보내던 상황에서 조 전무 사건까지 겹치며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조 사장은 아직도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 대표 피해자인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은 팀장에서 팀원으로 강등됐으며, 사내 왕따를 당하는 등 2차 피해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조 전무는 언니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할 즈음 ‘반드시 복수하겠어’라는 메시지를 보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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