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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신냉전 격화]美 이란핵협정 폐기땐 긴장 촉발 불보듯...중동 곳곳 화약고

"시리아 심장부 타격 완벽한 공습"

트럼프, 英·佛 공조체제 재확인

北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도 담아

러 "트럼프는 현대판 히틀러" 반발

유엔안보리 긴급 소집 대대적 비난

日·中 등 이해따라 미·러에 동조

1차세계대전 촉발 동유럽 보는 듯





14일(현지시간) 미국·영국·프랑스의 시리아 공습을 계기로 미국을 주축으로 한 서방의 3각 공조와 러시아를 주축으로 뭉친 시리아·이란 간 대립구도가 뚜렷해졌다.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공격 의혹을 응징하기 위한 이번 서방의 공습작전이 미국이 적대시하는 시리아 정부는 물론 러시아와 이란, 나아가 북한에 대한 정치적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시리아 사태를 놓고 세계가 미국과 러시아를 두 축으로 쪼개지는 양상마저 보이면서 국제사회의 긴장감은 극도로 고조된 상태다. 특히 이번 공격은 다음달 12일 이란 핵합의 재협상 시한을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미국 등 서방이 핵협정을 재승인하지 않고 대이란 금수조치를 되살릴 경우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등과의 긴장관계를 격화시키며 중동 곳곳의 화약고가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유엔본부 등 국제 외교가에서 제기되고 있다.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14일 시리아 공습 후 “목표물을 치는 데 성공했다”며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재사용할 능력을 상당히 상실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케네스 매켄지 미 합참 중장도 “시리아 내 화학무기 기반시설 3곳에 총 105발의 무기가 발사됐다”며 “우리 전투기나 미사일 어떤 것도 시리아의 방어망이 막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습 후 ‘합동작전’을 벌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차례로 통화하며 공습을 성공으로 평가한 뒤 시리아 사태에 대한 공조체제를 재확인했다.

미국과 대척점에 선 시리아와 러시아·이란은 즉각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공습 후 건재한 모습을 과시하며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미국 등 서방에 맞서 “끝까지 대항해 싸울 것”이라는 데 합의했다고 아랍권 매체들이 전했다. 특히 러시아 역시 공습 직후 미국 등 3국을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하며 외무부 등이 대대적인 비난전에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공습을 “가장 심각한 방식으로 규탄”했으며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대사는 “공습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미국 등 3국에 있다”며 보복을 위협했다. 알렉산드르 셰린 러시아 하원 국방위 제1부위원장은 “러시아도 미국에 공격을 당했다”면서 “트럼프는 범죄자며 현대사의 두 번째 히틀러라고 불러도 좋다”고 꼬집었다.

다만 러시아와 시리아는 비난 와중에도 방공망을 동원해 미사일 대부분을 요격했다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는 공습 후 “화학무기 프로그램의 심장부를 쳤다”면서 “공격은 정확했고 압도적이었다”고 상반된 평가를 내놓았다. 시리아를 지원하고 있는 러시아군은 미사일의 70% 이상을 차단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단 이번 공격이 ‘일회성 공습’임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미국의 이번 공습이 1년 전에 비해 규모가 커지기는 했지만 미국이 아사드 정권을 전복하지는 않겠다고 밝혀 확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화학무기 사용을 의심받는 시리아 역시 반군의 핵심거점 중 한 곳인 동구타를 완전히 탈환하는 전과를 올린 만큼 미국과 동맹국에 러시아와 함께 군사적 보복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가 “미국은 장전돼 있다”며 시리아의 추가 화학무기 사용이나 러시아의 반격이 있을 경우 재공습을 시사하는 등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수습되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국제사회가 미국과 러시아를 주축으로 양분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동 정세는 갈수록 꼬여가는 형국이다. 국제사회는 시리아 사태에서 격화된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시리아·이란 간 대립이 일각에서 우려되는 ‘전면전’으로 비화하지는 않더라도 중동 정세 전반을 악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냉전이 격화하는 구도 속에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달로 예고한 이란 핵협정 폐기가 강행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동 정세가 점차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번 공습이 러시아와 이란 진영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대로 다음달 12일 이란 핵협정이 폐기될 경우 가뜩이나 복잡한 시리아 사태에 더해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등까지 연루된 중동 긴장관계가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시리아 사태에 연루된 ‘플레이어’가 너무 많아 복잡한 상황을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며 지금 상황이 마치 1차 세계대전 직전의 동유럽 상황을 보는 것 같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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