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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24시] 김정은이 처한 전략환경, 김정일 때와 다르다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예비역 육군 중장

핵개발 완료로 실존적 능력 갖춰

美 군사공격까지 검토할 정도

韓, 북미회담 중재 치중하기보단

美 공조해 북핵폐기 목표 유지를





1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에서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또 최근 계속돼온 한미 대통령과 고위인사들의 언급으로 볼 때 27일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미북 정상회담도 열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문제는 북한이 정말 핵을 내려놓을 생각이 있는가다. 상대방의 의도는 원래 정확하게 알기도 어렵지만, 알았다 하더라도 언제든 변할 수 있다. 북한이 지금 어떤 의도를 가졌든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우선 북한이 처한 전략환경 변화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이를 슬기롭게 이용해야 한다.

김정은의 전략환경이 김정일 때와 다른 점은 세 가지다. 먼저 김정일 시대는 핵이 개발 중인 잠재력이었지만 김정은 시대는 개발을 완료한 실존적 능력이 됐다. 김정일은 몇 차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정상국가가 될 기회가 있었지만 걷어차고 핵 개발을 선택했다. 관건은 핵 개발을 완료할 때까지 외부 압박을 견디면서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다행히 국제제재가 생존을 걱정할 정도로 강하지 않았고 중국이 적절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아들 김정은은 인민들의 피의 대가로 정의의 보검인 핵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북핵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준에 가까워지자 ‘핵 능력이 발전할수록 위험이 커지는 역설(paradox)’이 시작됐다. 미국이 역사상 처음으로 대북 군사공격까지 검토할 정도다. 미국이 대한반도 정책을 기존 현상유지에서 현상타파로 바꿀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음은 시간의 의미가 다르다. 김정일 시대는 핵 개발의 시간을 버는 것이 대단히 절실했다. 그런데 핵 능력을 완성하자 시간을 끄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시간을 끌어 이미 개발한 핵을 양산하며 얻는 이점보다 강력한 제재로 인한 고통이 더 커서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다. 김정은이 회담에 나온다면 김정일처럼 시간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대한 적게 주고 많이 받는 수지맞는 거래를 위해 술수를 부릴 것이다.



세 번째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과거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정부와 달리 북핵 폐기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북핵과 중국의 부상이 미국을 본격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네바합의(1994)를 이룬 클린턴 정부(1993~2001)의 주 관심사는 소련 붕괴(1991) 이후 동구권이 사회주의로 돌아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과 걸프전(1991) 이후 중동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부시 정부(2001~2009)의 최대 현안은 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서의 대테러전쟁이었다. 오바마 정부(2009~2017) 때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선언하긴 했지만, 대테러전쟁 마무리, 이란 핵 협상, 재스민 혁명, 발칸·우크라이나 문제 등으로 여력이 없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부터는 북핵과 중국의 도전을 더 이상 묵과하기 어려워진데다 다른 현안들이 대부분 정리돼 여기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북한이 과거처럼 미국에 술수를 부리다가는 큰 낭패를 볼 것이다. 김정은도 이를 알고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김정은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핵을 내려놓기 싫으면 핑계를 대고 회담에 안 나오든지, 핵을 내려놓는다는 전제하에 나오든지 해야 한다. 나온다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와 비확산 약속으로 제재 해제, 미북 수교, 평화협정 등 모든 것을 얻고자 할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미북 회담 중재가 아니라 철저한 한미 공조로 북한의 모든 핵 능력을 폐기한다는 현재의 목표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북핵은 우리에게는 사활적 문제이지만 주변국에는 상황적 문제이자 이익의 크기 문제다. 그래서 북핵 폐기를 눈으로 보고 만져보는 마지막 순간까지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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