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m-1.5m-2.1m-1.8m.
김시우(23·CJ대한통운)가 마지막 4개 홀인 15~18번홀에서 놓친 퍼트의 거리다. 프로 선수에게는 하나쯤 홀에 떨어지지 않은 게 이상해 보일 정도의 퍼트였다. 이 가운데 하나만 성공했어도 연장전 없이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기에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았다. 그는 경기 후 “날씨 때문에 그린 스피드가 느려졌다고 생각한 게 퍼트를 하는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돌아봤다.
한국 남자골프 기대주 김시우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우승이 아쉽게 미뤄졌다. 김시우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튼헤드의 하버타운 골프링크스(파71·7,081야드)에서 열린 RBC 헤리티지 4라운드에서 이븐파 71타를 기록, 이날만 5타를 줄인 고다이라 사토시(29·일본)와 최종합계 12언더파 272타로 동타를 이뤘다. 연장 승부에 들어간 김시우는 17번홀(파3)에서 벌어진 세 번째 연장전에서 버디 퍼트를 홀에 떨군 고다이라에 우승컵을 내줬다.
이날 선두 이언 폴터(잉글랜드)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한 김시우는 2번홀(파5) 버디로 공동 선두가 된 뒤 3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한 폴터를 밀어내고 단독 선두에 올랐다. 11번홀까지 버디만 3개를 뽑으며 2타 차 리드를 잡아 시즌 첫 우승이자 PGA 투어 통산 세 번째 우승을 향해 순항했다. 문제는 퍼트였다. 12번홀(파4)에서 첫 보기를 적어낸 사이 공동 12위로 출발했던 고다이라가 1타 차까지 추격해왔다. 16번홀(파4)에서 1.5m 버디 퍼트와 17번홀(파3) 2.1m 파 퍼트를 놓치면서 먼저 경기를 마친 고다이라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그래도 기회는 있었다. 김시우는 18번홀(파4)에서 예리한 아이언 샷으로 볼을 홀 앞 1.8m에 붙여 승부를 끝내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볼이 홀 왼쪽을 살짝 빗나가면서 다 잡았던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18번홀 1·2차 연장전을 나란히 파로 비긴 김시우는 17번홀로 옮겨 치른 세 번째 연장전에서 고개를 떨궜다. 고다이라의 6m 넘는 긴 버디 퍼트가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그보다 약간 가까운 거리에서 친 김시우의 퍼트는 조금 약해 홀 앞에서 휘어졌다.
김시우는 2016년 윈덤 챔피언십을 제패하고 지난해 5월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남자골프 ‘영건’이다. 지난 10일 끝난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는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마스터스에 출전해 공동 24위에 올랐다. 아쉽게 우승은 놓쳤지만 51위였던 세계랭킹을 39위로 끌어올렸고 다음달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타이틀 방어전을 앞두고 자신감도 높였다. 김시우는 “우승할 기회가 많았는데 특히 후반에는 퍼팅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으면서 신경이 쓰였다”면서 “최선을 다했고 상대(고다이라)가 좋은 퍼트를 했다”고 말했다.
고다이라는 일본 투어 통산 6승을 거둔 선수로 이번이 PGA 투어 6번째 출전 대회였다. 이전까지 세계랭킹 46위(우승 후 27위)였고 마스터스에 나가 공동 28위를 했다. 우승상금은 120만6,000달러(약 13억원). 안병훈(27·CJ대한통운)은 2타를 줄여 공동 7위(9언더파)로 시즌 두 번째 톱10 입상에 성공했고 세계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은 공동 16위(7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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