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해진(39)씨는 최근 개봉한 영화 ‘7년의 밤’을 보러 서울 명동 CGV에 갔다가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경험을 했다. 상영관에서 옆자리에 앉은 관객이 함께 온 친구에게 상영시간 내내 줄거리를 설명하는 바람에 영화에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관객에게 방해될 것을 우려한 박씨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옆자리 관객에게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결국 박씨는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 그는 “수차례 눈짓으로 주의를 줬지만 두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영화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더라”며 “공연장과 달리 영화관에는 타인의 관람을 방해하는 관객들에게 대신 주의를 환기할 수 있는 직원이 없어 ‘관크(관객 크리티컬의 준말)’가 상영 내내 이어져도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영화·공연 등의 관람을 방해하는 무례한 행위를 일컫는 관크는 이처럼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특히 영화관에서는 휴대폰 사용, 음식물 섭취 등이 비교적 자유로워 불쾌한 냄새를 퍼뜨리거나 불빛·소음 등으로 타인의 관람을 방해하는 관크가 빈발한다. 10여년 전부터 영화관들이 본격적인 상영 전 광고와 규정 안내를 재치있게 곁들인 관람 에티켓 영상을 소개하면서 관람객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지만 별반 소용이 없다. 음주 후 상영관에 입장해 술 냄새를 풍기는 것은 예사이고, 코를 골며 잠을 청하는가 하면 좌석 양측 팔걸이와 컵 받침을 독식하는 관객까지 가지가지다.
영화·공연 등 문화예술을 즐기는 관람객의 상당수는 관크 피해를 경험했다. 서울경제신문과 예스24가 이달 4~10일 영화 관람객 2,6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관크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89%(2,350명)로 높았다. 가장 자주 발생한 피해는 휴대폰 사용(50%)이었고 전자기기 불빛(37%), 의자 발차기(37%), 대화(28%) 등의 순이었다.
공연 관람객들의 관크 피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본지가 지난해 인터파크 플레이디비와 함께 공연 관람객 389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관크를 경험했다는 응답이 96.1%(374명)에 달했다. 이들 중 35.7%는 공연장 스태프들이 적극적으로 관크를 적발, 제지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32.4%는 상시 캠페인을 통해 관람객들이 관람예절을 숙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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