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희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산 것으로 유명하다. 제1회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비롯, 청룡영화제 인기스타상, 대종상에서 여우주연상 3회 수상, 아시아영화제,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은막의 스타다.
그러나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 두 번의 납북과 두 번의 탈출로 대변되는 사랑과 모험으로 가득한 한 편의 드라마였다.
최은희는 1978년 홍콩에 갔다가 북한 공작원에 납치되는 불상사를 겪었다. 이후 최은희를 찾으러 홍콩에 갔던 신상옥 감독도 같은 해 납북돼 북한에서 다수의 작품을 함께 찍기도 했다.
분단국의 여배우로서 납북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경험하는 등 격동의 세월을 살았던 최은희는
2007년 펴낸 자서전 ‘최은희의 고백’에서 파란만장했던 삶을 공개했다.
최은희는 책에서 “사람들은 내게 영화와 같은 삶을 산 여배우라고 말한다. 나는 평범한 여자에 불과한데, 어쩌다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되었을까. 북한에 납치되어 갔을 때, 밤마다 울면서 한 생각이 그러했다.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거라고”라며 “나는 분단국의 여배우로서, 신 감독은 분단국의 영화감독으로서 조국의 비극에 희생양이 되는 경험을 했다. 그러나 나는 배우가 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나는 연기를 통해 타인의 삶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며 살면서 모든 이들의 인생이 참으로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1926년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2년 연극 ‘청춘극장’으로 데뷔했다. 1947년 ‘새로운 맹서’로 스크린에 데뷔한 후 김지미, 엄앵란과 함께 원조 트로이카로 큰 인기를 끌었다. 신상옥 감독과 1954년 결혼한 뒤 13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한국 영화 중흥기를 함께 이끌었다.
/서경스타 김주원 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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