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2016년 총선 후 드루킹 등 몇 사람이 의원회관으로 찾아와 당시 문재인 후보를 대선에서 돕고 싶다고 하며 저에게 강연을 요청했다”면서 “강연이 어렵다고 했더니 파주에 있는 사무실에 와달라고 요청했다. 그해 가을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에 찾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에도 경선 시작 전에 열심히 할 테니 격려를 해달라고 해서 사무실에 한 번 정도 더 갔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대선 직후 드루킹이 회관으로 다시 찾아와 인사청탁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열린 인사 추천 시스템이니 좋은 분이 있으면 전달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력을 보니 대형 로펌에 있고 유명 대학교 졸업자이기도 해 이런 전문가라면 전달할 수 있겠다 싶어 청와대 인사수석실로 전달했다”며 “청와대에서는 그러나 정무적 경험이나 외교경력이 있어야 한다며 어렵다고 연락했고, (드루킹에게) 그대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 추천이 좌절되자 드루킹이 반협박성 불만을 표시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드루킹은 이때부터 ‘가만있지 않겠다’며 태도를 180도 바꿨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자신들이 회원도 많은데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면 어떤지 보여줄 수 있다고 반위협적 발언을 했다”며 “그런 와중에 민정수석실 인사 얘기도 나왔는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러한 상황을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드루킹이 올해 2월까지 의원회관에 찾아와 자신을 협박했고 이후에는 오프라인에서 만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드루킹 외에도 여러 인사를 청와대에 추천했고 문제가 돼 민정수석실에 연락한 건 드루킹 사례가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또 드루킹의 요청에 따라 안희정 전 충남지사 측에 그를 소개해줬다고 밝혔다. 그는 드루킹을 안 전 지사 측에 소개한 시기는 문 대통령이 당선된 후라고 설명했다. 드루킹이 자신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담긴 대화방은 삭제됐다고 전했다. 그는 “선거 당시 수많은 문자메시지와 텔레그램의 각종 대화방을 그대로 두고는 정상적인 의정활동이 어려워서 선거 이후 정리를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해명에 나섰다. 한 핵심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이 드루킹으로부터 압박을 받은 뒤 올해 2월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 백 비서관에게 연락해 (백 비서관과 피추천인이 청와대 앞) 연풍문 2층에서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한 시간가량 만났지만 피추천인이 지진 등 황당한 이야기를 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특별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백 비서관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조국 민정수석에게도 구두로만 가볍게 보고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문은 제기된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사안을 모른다고 했지만 김 의원 기자회견 이후 김 의원이 말한 사안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핵심관계자는 “민정수석실은 알고 있었고 단지 제가 오전에 파악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정권에 압박을 가하는 사안에 대해 법적 절차를 밟지 않은 점도 석연찮은 부분이다. 이에 대해 그는 “인사와 관련해 수백 건의 불만이 있는 상황이어서 그런 일 중 하나려니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댓글 조작 혐의를 받는 드루킹 김모(48)씨는 김 의원 외에 다른 정치인들과도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김 의원이 아닌 다른 정치인과도 대화한 대화방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모씨 등 3명을 17일 구속 기소할 계획이다. ‘매크로 프로그램(같은 작업을 단시간에 반복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기사 댓글에 공감 수를 늘리는 등 인터넷 여론을 조작한 혐의다. /하정연·김민형·이태규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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