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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끝난 '선관위 카드'...靑 국정운영·與 지방선거 타격 불가피

"의원,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출장은 정치자금 수수 소지"

文 '선관위 의뢰' 사실상 지시...문제 되레 키워 '자충수'

추경 통과서 개헌, 남북 정상회담까지 줄줄이 악영향 우려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6일 과천청사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관련 의혹에 대해 청와대가 요청한 질의사항을 논의하기에 앞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과천=송은석기자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이 꺼낸 ‘선관위 카드’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찬물을 맞으면서 청와대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16일 선관위 발표 직후 브리핑에서 “선관위의 판단을 존중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라는 짧은 두 문장으로 입장을 갈음했다. 댓글 조작 사건의 ‘드루킹’과 청와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데다 청와대만 나 홀로 사수했던 김 원장까지 사의를 표명하면서 국정운영은 심각한 타격을 받고 6·13지방선거에서는 여권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관위 “5,000만원 셀프 후원은 선거법 위반”=선관위는 청와대가 의뢰한 4개 항목 중 한 개는 공직선거법 위반, 한 개는 ‘세모’, 나머지 2개는 위반이 아니라고 결론 냈다. 이른바 ‘5,000만원 셀프 후원’에 대해 “국회의원이 비영리법인 등의 구성원으로서 종전 범위를 벗어나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113조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선관위는 김 원장이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출장을 간 것도 “국회의원이 피감기관 등의 비용 부담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것은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수수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며 “이런 행위가 위법한지는 출장 목적과 내용, 비용 부담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해외출장 시 보좌직원을 동행하는 것과 외유성 관광 일정에 대해서는 “사적경비 또는 부정한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한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봤다.



◇사실상 문 대통령이 지시…국정 타격 클 듯=선관위에 김 원장의 비위 논란을 의뢰한 것은 사실상 문 대통령이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표면상으로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12일 의뢰했지만 문 대통령은 13일 서면입장문에서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파장의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자충수를 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차원에서 해결할 문제를 초유의 선관위 의뢰라는 카드까지 꺼내 불필요하게 일을 키웠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의당까지 김 원장 불가론을 펴고 김 원장 친정인 참여연대까지 동조했을 때 청와대가 자진사퇴를 유도했어야 하는데 왜 고집을 부렸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은 감정적으로 실망하고 있는데 위법성을 따지고 든 이유도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남북 정상회담·지방선거 불똥 튈 듯=국정 현안 추진에 어려움도 예상된다. 당장 정부는 4월 국회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를 목표로 세웠지만 야당에서 조국 민정수석 사퇴를 요구하며 정국은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이 역점을 둔 6·13지방선거와 개헌 동시투표도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무엇보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내 정치권을 중심으로 혼란이 예상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13일 단독 영수회담에서 “완전한 북핵 폐기가 되기 전에는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것을 절대 반대한다”고 말해 비핵화 과정에서 적절한 보상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청와대 입장과 대치했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신율 명지대 교수는 “김 원장 사의에 드루킹 사태 추이에 따라 지방선거에서 여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한편 선관위 해석으로 국회의원 전반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 교수는 “선관위 해석 중 ‘피감기관 돈 받아서 출장을 가는 것이 경우에 따라 위법일 수 있다’는 내용이 있으므로 검찰에 의한 수사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태규·류호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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