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우(1964~)
나무에 꽃이 핀다한들
눈가에 핀 소금꽃만 하랴
천지에 햇살이 퍼진다한들
그늘 한쪽 내어줄 수 없다
이 봄, 저 남녘 바다에는 아직
수상한 그림자들이 떠다닌다
비늘 싱싱한 숭어들아
올봄에는 조용히 오시라
저 물길 아래에
어린 영혼들이 누워 있으니
헐떡이는 붉은 아가미로
뜨거운 숨결 불어 넣어 주시라
바람 불면 벚꽃들아
꿈 많은 입술로 재잘재잘 날리시라
이제 봄은 견디는 계절
그리고 돌아서서 흐느끼며
어금니를 깨무는 시간,
바다에서는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고
등 뒤에는 산 하나가
허물어지고 있다
아무도 돌아오지 않아서 그날 바다, 때마다 돌아보게 하지요. 햇살 찬란할수록 그늘 더욱 선명한 법이지요. 활짝 웃는 봄꽃도 다만 바람 간지러운 탓만은 아니겠지요. 긴 겨울어둠 뚫고나와 열흘 붉다가 분분히 흩어지는걸요. 지구라는 동공에 그렁그렁한 저 바다, 살아 있는 것들은 저마다 제 눈물 속에 저를 담그고 헤엄치는 물고기인지도 모르지요. 사월 바다 앞에서 우리가 울어야 할 것은, 거센 파도가 아니라 인간의 심연인지도 모르지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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