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아이를 낳는 고통이라고 하는 것은 남편이나 남성들에게는 말로 설명하기가 힘든 부분이 많다. 하지만 출산의 고통보다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임신 전부터 출산까지 겪게 되는 호르몬의 변화로 인한 몸 상태의 변화이다. 출산을 해 본 여성의 35%가 내 몸이 마치 종합병원 같다고 말할 정도이다. 통상적으로 보면 산후 비만, 요통, 관절통, 요실금, 변실금, 항문거근증후군, 빈혈, 치아질환, 유선염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겪게 된다는 산후 치질(치핵)에 대해서 잘못 아는 경우가 많다.
외래에서 많이 겪게 되는 질문은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데 출산 후 치핵 수술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다시 말해 출산을 하게 되면 치핵이 생긴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이미 임신 전부터 증상이 있었거나 기존 치핵이 악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임신 후반부로 가면서 자궁의 크기가 커지면서 항문의 혈액순환이 나빠지게 됨으로써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임신 중에 치핵 증상이 생겼다면 식이요법이나 온수 좌욕 등으로 개선이 될 수 있지만 통증과 출혈 증상이 심하다면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만약 임신 전에 치핵이 만져진다면 미리 수술을 하는 편이 임신 중 고생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임신을 계획 중인데 치핵 증상이 있다면 수술 후 아이를 갖는 것이 임신 기간을 보다 편하게 보낼 수 있으며 임신 중인데 치핵 증상이 심하다면 임신 중에도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고 출산 후에 출혈과 항문통증 등 치핵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 역시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임신 7개월이 넘어가면 복압으로 인해 변비와 치질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임신 전 가까운 병의원 전문의와 상의해 보는 것이 좋다.
한편, 여성은 출산하고 나서 일정기간 건강관리가 매우 필요하다는 것은 모든 산모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출산 후 산모의 몸은 자궁 근처 조직에서부터 신체 전반적으로 이완되어 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돌아오기까지가 6주~8주 정도 소요된다. 이때는 무리한 운동이나 무거운 것을 드는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으며 무거운 것을 들게 되면 복압이 상승하고 자궁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아기를 안고 수유를 하면서 일생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관절이나 근육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쉽게 통증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는 것 또한 올바른 산후관리 태도는 아니다. 출산 후 적절한 운동이 임신 전의 체형으로 빠른 복귀를 돕고, 출산 후 우울증 등 불안 증상을 경감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출산 후 가족 특히 남편의 관심과 배려가 산후 여성 심신 안정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호르몬이나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정서적 불안감을 줄여 줄 수 있는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꼭 필요한 이유다. 산모의 심리를 이해하고 긍정적 암시를 많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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