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비핵화를 언급하는 이유에 대해 “중국식 고도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무장지대(DMZ) 소초(GP) 철수, 서울·평양 상호 대표부 설치 같은 구체적인 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경제발전 추구가 비핵화 협상의 원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 장관은 18일 열린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남북이 군사적 대결 종식을 선언한다면 이행조치로 DMZ 감시 초소의 철수가 필요하다. 정전협정에 따르면 DMZ에 무장병력이 들어갈 수 없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17일 임종석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장도 “DMZ의 실질적인 비무장화가 정상회담에서 마무리돼야 할 부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장관은 “서울과 평양에 상호 대표부를 설치하자고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언급하는 데 대해 “중국식 고도성장에 대해 자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경제가 매년 15% 이상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가 타결되면 대북 제재 완화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올해 두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해야 할 것이다. 그때는 이번에 논의하지 못한 남북 공동번영, 남북 경협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구상을 말했다.
한편 문 교수는 17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외부 보상을 받아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내에서 대중적 신임을 얻어 지도체제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핵무기 프로그램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아무리 절대적 지도자라도 “주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며 “그가 주민들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면 북한 체제 안전은 보장될 수 없다. 어떻게 핵무기가 그것을 보장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북한도 이번에 비핵화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미국과의 협상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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