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계에 이어 바둑계까지 성추행 폭로가 제기되면서 잠잠했던 미투 운동이 재점화됐다.
2002년 올림픽 쇼트트랙 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인 최민경은 대한체육회 여성 간부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폭로하며 지난 17일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최민경은 2017년 7월 회식 후 울산의 한 노래방에서 여성 간부 A씨가 자신의 목을 팔로 휘어 감고 강제로 입맞춤을 하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는 지난 2월 해당 여성 간부를 직위 해제했고, 현재 이 간부는 대기 발령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바둑계 역시 성폭행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17일 한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프로기사 B씨는 한국기원 프로기사 전용 게시판 ‘과거 김성룡 9단에게 성폭행 당했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B씨는 “2009년 6월 5일 김성룡 9단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같이 오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다가 술을 많이 마셨고, 그의 권유대로 그의 집에서 잠을 잤다”고 설명하며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김성룡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B씨는 “외국인 여자기사로서 그동안 지내오면서 내가 얼마나 힘이 없는 존재인지 실감했다”며 “9년간 혼자만의 고통을 감내하는 동안, 김성룡은 바둑계에 모든 일을 맡으며 종횡무진으로 활동했다.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을 보면 그 날의 일 때문에 내가 얼마나 무섭고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통을 호소했다.
B씨의 폭로가 제기되자 김성룡 9단은 “합의된 성관계였으며, 변호사를 선임해 적극 대응하겠다”며 성폭행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 영화, 가요계를 강타한 미투 운동이 빙상, 바둑계까지 번지면서 대중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논란에 휩싸인 당사자들이 향후 어떤 대응을 펼치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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