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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市의회 반대에도...'친일파 후손 땅' 사겠다는 서울시

친일 민영휘 손자 보유 주거용지

박원순 시장 75억 들여 매입키로

“예산 전액삭감” 의회 반발에도

“서촌 공원 주민에게” 강행 논란

서울시가 75억원을 들여 친일파 후손 소유의 땅을 사들이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통의마당’ 전경. /이종혁기자




서울시가 거액의 예산을 들여 친일파 후손의 땅을 무리하게 매입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고 예산을 전액 삭감하라는 의견을 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토지 매입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져 ‘불통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부동산 업계와 서울시에 따르면 시가 예산 75억원을 배정해 매입을 결정한 이른바 ‘서촌 통의마당(종로구 통의동 7-3번지)’은 대표적 친일인사인 민영휘의 의붓손자 유인희씨와 민씨 일가의 부동산을 관리하는 영보합명회사가 공동소유하고 있다. 영보합명은 수십년간 서촌 주민들의 마을 마당으로 활용돼온 이 땅에 최근 상업시설을 지으려 했고 건축가이자 시민운동가인 황모씨를 중심으로 한 주민들이 상업시설 개발에 반대하자 시가 매입에 나선 것이다. 종로구청은 지난 12일 이 땅을 주거용지에서 공공공지로 변경하고 공원 조성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작위를 받은 민영휘는 국민을 수탈하며 재산을 불려온 대표적인 친일인사다. 2007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는 민영휘 일가의 재산을 환수하려 했지만 토지 3만여㎡ 등 상당 부분은 끝내 되찾지 못했다. 이번에 시가 사들이기로 한 토지(419.4㎡)는 부동산 맞바꾸기 방식으로 시에서 청와대로 소유권이 넘어갔다가 다시 2016년 영보합명에 넘어간 땅이다. 시의 매입가는 공시지가(22억원)의 3.4배에 이른다. 평당 가격만도 6,000만원에 육박해 인근 부동산 실거래가의 최고 수준을 웃돈다.

문제는 시청 담당 부서와 시의회에서 친일파 후손이 보유한 사유지를 매입하는 데 강력히 반발했지만 서울시가 그대로 밀어붙였다는 점이다. 담당 부서인 서울시 푸른도시국 관계자에 따르면 통의마당은 당초 일반 주거용 땅으로서 시가 공원용지를 살 때 우선순위로 보상해주는 토지가 아니었는데도 예산안에 포함됐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친일파 땅이라는 이유로 예산 전액 삭감 의견을 두 차례 냈지만 시로부터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진형 서울시의회 예결위원장은 “예산심의 과정을 상세히 밝히는 것은 곤란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당시 예산 확정에 관여한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의회에서 몇몇 반대 의견이 나왔지만 주민들에 공원을 돌려준다는 명분을 충분히 설명했다”며 “의회도 그 점을 인정해 예산안을 승인한 것 아니겠느냐”고 해명했다.



참여연대 출신인 박 시장이 시민운동가들의 의견을 지나칠 정도로 행정에 반영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청 관계자는 “박 시장 재임기간 중 문화·복지 분야에서 시민단체 간부들이 주도하거나 시민단체 연계 사업이 크게 늘었다”며 “시민 세금이 투입되지만 아예 감사가 불가능하거나 타당성 검토도 허술하게 진행하는 사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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