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는 18일 ‘단역배우 자매 자살사건’ 피해자의 모친인 장연록씨를 상대로 비공개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당시 수사기록이 대부분 폐기된 상황이어서 피해자의 가족이자 사건 고소인인 장씨 통해 진술을 확보하기로 했다. 조사방식도 성폭력 예방기관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내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경찰은 당시 피해자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담당수사관으로부터 2차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과 수사담당자가 2차례 바뀌며 수사가 장기화된 원인에 대해서 피해자 측 진술을 확보했다. 장씨는 이날 경찰 조사에서 ”당시 담당 수사관이 성폭력 피해자인 딸에게 가해자의 ‘성기를 그려보라’고 요구했고, 가해자들과 마주한 채 대질심문도 벌였다“며 ”당시 경찰관들이 수사에 소극적이어서 수사관 교체를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마찬가지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했다.
경찰은 피해자 측 진술과 당시 수사기록, 담당 수사관들의 조사내용을 종합해 조만간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당시 사건을 담당한 수사관과 팀장, 과장 등 현직에 남아 있는 경찰관 4명을 불러 조사했다. 또 퇴직한 사건 담당자 1명과도 접촉 중이다. 수사과정에서 위법성 여부가 드러날 경우 관계자들에 대한 처벌과 재수사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담당자들과 피해자 측의 일부 주장이 엇갈려 피의자 측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며 “공소시효가 만료됐고 당시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했기 때문에 재조사를 하더라도 처벌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단역배우 자매 자살사건’은 단역배우 A씨가 2004년 12월 드라마 촬영현장에서 관리반장 등 관계자 12명에게 성폭행 및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지만 무혐의로 결론 났다. 이후 2009년 8월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 동생 B씨 마저 자살하면서 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14년 만인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재조사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한 달 만에 20만명 이상이 동참하자 진상조사를 결정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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