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에는 불평등이 커질까 감소할까? 소득을 기준으로 보면 유럽은 나이가 불평등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노후에 불평등이 확대된다. 유럽은 젊을 때 세금을 많이 내고 나이 들어 사회보장을 받기 때문에 불평등이 적다. 젊을 때 세금을 많이 내다 보니 사람들간 자산축적의 차이가 작아 노후 불평등이 확대될 가능성도 적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 일본이나 우리나라처럼 노후에는 불평등이 확대된다.
옛날에는 노후 양극화가 더 심했다. 위엄과 존경을 갖춘 노년의 초상화가 있는가 하면 어린 애들에게까지 놀림을 받는 노인의 그림도 있다. 중세시대에 부자는 60대까지 건강과 젊음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빈자는 영양 부족과 육체 노동 등으로 40~50대에 늙어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40대 중반부터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어 60, 70대로 갈수록 속도가 빨라진다고 한다. 왜 그럴까?
첫째, 시간의 경과가 소득차이를 크게 한다. 젊을 때는 직종에 따라 임금 격차가 크지 않지만 나이 들수록 그 격차가 커진다. 예를 들어 첫 월급 3천만원에서 매년 5% 임금이 오른 사람은 30년 후 임금이 1억3천만원이 된다. 반면 첫 월급 5천만원에서 시작한 사람은 동일한 조건이면 2억2천만원이 된다. 처음에는 2천만원 차이였지만 30년 후 9천만원 차이 난다. 게다가 경쟁에서 이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간의 소득 격차도 커진다. 직장을 오래 다닌 사람과 조기 퇴직한 사람간에도 극명한 차이가 난다. 활을 쏠 때 처음 빗나간 각도는 미미하지만 거리가 멀수록 과녁에서 많이 벗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둘째, 세월이 흐를수록 운과 불운을 많이 겪으며, 이로 인해 소득격차도 커진다. 질병, 이혼, 사고, 파산 등 예상치 못한 사건을 당한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을 보면 왕이 한 순간에 마음 편히 거처할 곳 하나 없는 신세가 된다. 우연히 집을 샀는데 집 값이 10배 오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집을 사지 않고 있다가 축적된 자산이 별로 없는 사람도 자주 본다. 부모에게서 유산을 많이 받은 사람은 열심히 일하는 동료와의 부의 격차를 단 한 번에 확대시킨다. 향후 유산을 받을 사람도 마찬가지다.
수명이 길어질수록 노후소득의 불평등과 불확실성이 커진다. 여기에 고령자 수가 많아지면 사회전체의 불평등도 커진다. 우리나라는 향후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사회의 소득불평등이 확대될 것이다. 장수사회에서는 이러한 불평등과 불확실성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세대내(intra-generation) 사회보장 시스템을 통한 재분배이다. 세대내의 리스크를 함께 모으는(pooling) 것으로, 세월이 지나는 동안 같은 세대 내에서 운이 좋았던 사람과 운이 나빴던 사람간에 재배분을 하는 것이다.
한편, 운이 좋아 소득과 자산이 많은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의 세대간(inter-generation)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는 취업도 잘 되었고 집을 사 놓으니 집 값도 크게 올라 보유자산이 많은 세대다. 반면 젊은 세대는 취업도 잘 되지 않고 집도 높은 가격에 사야 한다. 세대간의 재배분 문제는 사회보장시스템 영역보다는 자산세나 누진세 체계에 맡겨 두면 된다.
고령화와 함께 대두될 노후 불평등 문제 해소는 세대내 재배분과 세대간 재배분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다만, 세대간 재배분이 여력이 자꾸 축소되므로 세대내 재배분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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