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경남도지사 출마를 강행했다.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서도 ‘특검’을 포함해 필요한 모든 수사를 받겠다며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이날 김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쟁 중단을 위한 신속한 (드루킹) 수사를 촉구하며 필요하면 특검을 포함한 어떤 조사에도 당당히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김 의원은 경남도청 서부청사 앞에서 출마 회견을 할 예정이었지만 회견 2시간 전 행사를 취소한다고 알렸다. 지난 17일에 이어 출마 회견을 두 차례나 미루자 김 의원이 불출마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경남도지사 도전 의지를 꺾지 않았다.
정치권은 김 의원이 댓글 조작 사건에 따른 의혹 제기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 특검 조사까지 받더라도 의혹을 털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드루킹 사건에 정면승부를 걸고 국회 정상화의 명분까지 얻어 경남지사 선거에 나서겠다는 전략적 판단이라는 해석이다. 아울러 불출마보다는 출마 강행이 정치적 명분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이 경남지사 선거에 승리할 경우 드루킹 사건의 사법적 판단과 별개로 정치적 면죄부를 획득할 수 있게 된다.
◇‘드루킹’ 사건 특검 수용=김 의원은 “야당과 언론이 제기하는 모든 의혹을 남김없이 조사해달라”며 “대신 하루빨리 국회를 정상화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를 즉각 중단하라”고도 했다. 출마 회견을 2시간 전에 전격 취소한 것과 관련해 그는 “국회를 정쟁에 빠뜨린 채 혼자 출마 선언을 하는 게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수사받을 것을 다 받고 당당하게 선거에 임하기 위해 국회로 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날 당 지도부에서 김 의원에게 출마 회견을 일시적으로 연기할 것을 요청했다”며 “전날 JTBC ‘뉴스룸’의 원내대표 긴급 토론회에서 펼쳐진 야당의 공세도 회견 취소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야당의 공세를 뛰어넘기 위해 김 의원이 출마 회견의 ‘강약’을 조절하고 특검 수용 카드까지 꺼냈다는 분석이다.
◇국회 정상화 출구전략=4월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키고 국민투표법과 개헌 합의 등을 도출해야 하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야당을 원내로 불러들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이유로 자유한국당은 천막농성에 돌입하고 바른미래당도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를 수용해 국회 출구전략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특검까지 도입하지 않더라도 검경의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드루킹 사건이 신속하게 일단락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김 의원이 특검 수용 입장을 밝힌 데 반해 당 지도부가 여전히 특검에 부정적인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김 의원도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추경이 발목 잡힌 채 정치공세로 허송세월할 수 없다”며 검찰과 경찰에 조속한 수사를 요구했다. /송종호·하정연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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