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만 5년이 지났는데, 지난 2016년 유일용 PD가 새로 투입되고 1년 만에 폭풍이 몰아쳤다. 지난해 하반기 장기간의 KBS 파업으로 예능국이 얼어붙으면서 ‘1박2일’도 시청자들을 찾을 수 없었던 것. 한 때 멤버로 가족과 다름없던 배우 김주혁의 안타까운 죽음까지 암흑기였다. ‘1박2일’ 10주년 자축도 버거운 판이었다.
파업 종료 후에는 정상화와 함께 겨우내 웅크리던 ‘1박2일’에 봄기운이 찾아들었다. 최근 서울 여의도동 KBS 신관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일용 PD의 얼굴에도 활기찬 미소가 감돌았다.
“봄이 되니까 모든 곳이 파릇파릇해져서 갈 데가 많은 것 같다. 신기하게도 아직 안 가본 데가 있어서 많이 찾아가보려 한다”는 유일용 PD는 “지금까지 누적된 자료도 많고, 방송을 준비하다 보면 지자체에서 연락도 온다. 저희는 최대한 스스로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직접 찾아 간다. 잡지와 책도 많이 보고, 인터넷도 많이 본다. 의외로 지인 분들의 추천도 많다”며 앞으로도 ‘1박2일’의 무궁무진한 여행기를 꿈꿨다.
‘1박2일’은 지금껏 500회가 넘도록 전국 방방곡곡 숨은 여행지를 찾아다니며 막강한 장소 섭외력을 자랑해왔다. “계절감에 맞는 곳”을 장소 섭외 기준으로 한다는 유일용 PD는 “이왕이면 안 갔던 데를 가고 싶다. 북한은 나도 가보고 싶은데 마음대로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도 하다.(웃음) 지금까지 전 국민이 좋아할 만한 장소가 방송에 나갔는데 찾아보니 또 있긴 하더라. 우리가 2주에 한 번 촬영을 하는데, 그 날짜와 계절에 맞춰 갈 수 있는 곳으로 간다. 요즘엔 지역 축제가 많아서 그런 곳에 간다. 진해도 의외로 처음 이었다”며 최근 미세먼지가 많았던 탓에 여행지를 진해로 급하게 바꾼 비화도 밝혔다.
‘1박2일’은 초창기 나영석 PD부터 유호진 PD를 거쳐 현재 유일용 PD까지 세 명의 PD가 차례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왔다. 앞선 두 PD가 워낙 시청률과 화제를 크게 모았던 터라 투입 때부터 상대적인 비교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못하다는 말도 있고 여러 얘기가 있었다. 이전에 잘되던 프로를 이어받을 때는 어떤 PD라도 고민이 될 것이다. 이게 절대 혼자해서 되는 프로가 아니라 생각한다. 멤버들의 도움 없이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의지를 많이 하고 있다.”
“잘해야 본전이고 내가 온갖 비교를 감당할 멘탈이 될까 싶어서 초반에는 고민을 좀 하다가 멤버들의 투표로 기분 좋게 투입하게 됐다. 초반에는 이 프로의 맥과 본질, 정서를 흐리지 말자고 생각했다. 멤버를 좀 더 부각시켜야겠다고 생각해서 멤버들 특집을 하려 했다.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여행도 해보고 싶었다. ‘1박2일’은 셀럽이 모여 있어도 친근한 느낌이 있다. 전국 어디를 가도 잘 섞일 수 있는 사람냄새 나는 게 이 프로의 정서인 것 같다.”
‘1박2일’의 특징 중 하나는 10년이 넘도록 여행 과정에서 복불복, 야외취침, 입수의 게임 형식을 고수하는 것. 한결같은 진행 방식에 매너리즘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있을 터다. “그 비판은 꽤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그걸 빼면 ‘1박2일’ 만의 강점이 빠지는 것 같았다. 그걸 유지하되 변형도 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한다. 분기별로 큰 걸 좀 보여드리고자 한다. 올해 6월, 8월, 12월을 목표로 준비 중인 게 있다. 시청자분들이 원하는 것일 수도 있고 나의 염원일 수도 있는 도전이 있다.”
종종 특집 때를 제외하곤 고정 멤버 김준호, 차태현, 데프콘, 김종민, 윤시윤, 정준영만을 주축으로 여행하는 것도 ‘1박2일’의 고유 방식이다. 유일용 PD는 “프로그램의 본질을 흐리지 않도록 중간 중간 필요할 때 게스트를 데려온다. 이 프로를 정말 좋아하시는 분들은 오히려 게스트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게 불편하실 수도 있는 것 같지만, 최적인 그림 상 프로그램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는 게스트도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멤버들이 새로운 게스트를 원하기도 한다는 유일용 PD는 “멤버들이 재미있어하려면 한효주 씨처럼 그 분들이 보고 싶어 하는 여배우를 섭외해야 하겠다”고 웃으며 “김신영 나르샤, 구하라, 경리, 유라, 정채연 씨가 출연한 ‘청춘불패’ 특집을 했을 때도 멤버들이 너무 좋아했고 열심히 하더라. ‘화랑’ 특집으로 박형식, 박서준, 최민호 씨가 나왔을 때는 반응이 재미있었고 다 욕심나는 멤버들 이었다”고 전했다.
유일용 PD와 ‘1박2일’ 멤버들이 점찍은 게스트들은 누가 있을까. “정해인 씨가 박보검 씨 같은 맑고 신선한 느낌이 있어서 섭외하고 싶다. 차태현 씨가 언급한 김태리 씨도 매력적이다. 게스트는 적재적소에 콘셉트에 맞으면 부를 것이다. 멤버들이 트와이스, 레드벨벳, 블랙핑크, 모모랜드 등 걸그룹이면 다 좋아한다.(웃음)”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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