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씨의 사례처럼 허술하게 재판을 진행한 하급심 법원에 대해 대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오씨에 대한 원심 판결을 지난 12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대법원은 “오씨는 빈곤과 그 외의 이유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었다고 인정할 여지가 충분한데도 원심은 오씨만 출석한 상태에서 공판을 열었다”며 “원심의 조치는 오씨가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하고 효과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또 마약 ‘필로폰’을 집에서 투약한 혐의로 징역 10개월과 추징금 10만원을 선고받은 김모씨의 항소심 판결도 절차 하자를 이유로 파기환송했다. 김씨는 의정부지법 형사항소부(노태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심에서 적법하게 항소이유서를 제출했지만 법원은 이를 검토하지 않고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1심의 사실오인·양형부당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은 항소이유서를 기한 내 적법하게 제출한 만큼 원심은 이에 대해 심리를 해봤어야 했다”며 “피고인이 항소 이유에 대해 변론할 기회를 박탈한 원심 조치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밖에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피고인의 소재 파악을 충실히 하지 않고 불출석 상태에서 선고를 내린 항소심 판결도 파기했다. 앞서 수원지법 형사항소부(김동규 부장판사)는 지인에게 3,9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조모씨에 대해 피고인 불출석 상태에서 공시송달로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조씨가 입원 중인 남편의 병간호로 집에서 지내지 못할 사정이 있었고 조씨가 있는 병원 연락처와 주소가 있어 원심은 공시송달 결정에 앞서 병원에 전화해 소재 파악을 시도했어야 한다”고 파기 이유를 설명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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