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이 조양호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과 불법 의혹을 연이어 폭로하고 있다. 언론·수사기관에 각종 사례에 대한 제보가 이어지면서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사태는 오너 일가의 물품 무관세 반입 비리 의혹 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21일 대한항공 직원 등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톡에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이라는 오픈 채팅방이 개설됐다. 사나흘 만에 참여자가 600명을 넘긴 이 채팅방은 총수 일가의 각종 ‘갑질’과 불법·비리 의혹 사례 등을 제보받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채팅방 참가자들은 총수 일가와 관련한 ▲ 폭언 녹취 파일 ▲ 갑질·폭력·부당한 업무지시 ▲ 강등·퇴사 등 부당 인사 ▲ 세관 통과·탈세·비자금 ▲ 국토교통부 관련 비리·비위 등을 우선적으로 제보받고 있다. 이 가운데 의미 있는 제보나 증거 자료 등은 보안성이 뛰어난 텔레그램을 통해 모아 언론과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팅방에는 객실·운항·정비·일반·화물 등 대한항공 각 직문 직원들이 모두 참여하고 있어 다양한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총수 일가가 회사나 기내에서 직원에게 폭언과 부당한 대우를 했다는 ‘갑질’ 제보부터 면세품 등 처리 과정에서 난 손실을 승무원 사비로 메우도록 했다는 제보, 해외에서 각종 물품을 사오면서 이를 회사 물품으로 둔갑시켜 운송료와 관세를 내지 않았다는 구체적인 사례까지 제보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팅방 운영자는 “다소 민감한 제보자료는 텔레그램 메신저의 일대일 채팅을 신청해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카톡 대화방의 경우 카카오톡 본사 서버에 며칠간 자료가 남기 때문에 민감한 자료는 적합하지 않다”며 “텔레그램의 경우 절대 추적이 불가능하고 파일이나 자료 등도 로그분석이나 경로 추적이 안되기 때문에 안심하고 제보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관세청은 대한항공 오너 일가가 해외에서 명품 등을 산 후 세금을 내지 않고 공항 내 상주 직원 통로를 통해 명품 등을 반입했다는 대한항공 직원의 제보에 따라 오너 일가의 해외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조 전무의 폭행 혐의를 수사 중인 서울 강서경찰서는 압수한 조 전무의 업무용·개인용 휴대전화 등에 대해 20일 긴급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지난 18일 광고 업체를 압수 수색한 데 이어, 다음 날에는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 수색해 조 전무와 대한항공 임원 휴대전화 4대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압수한 휴대전화를 분석해 피해자인 광고 업체 직원들을 상대로 회유하거나 대한항공 직원들끼리 진술을 맞춘 것은 없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조 전무의 ‘갑질’ 사태 이후 비난 여론이 눈덩이처럼 커지는데도 대한항공은 “현재 경찰 수사 등이 진행 중이니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책 등을 내놓겠다”며 일주일 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근절 대책을 내놓지 않아 사태를 키우고 있다.
최근 ‘물컵 갑질’ 논란이 벌어지는 사이 대한항공 주가는 7.1% 떨어져 시가총액 2400억원이 사라졌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