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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그러면 소는 누가 키우나

소득주도, 노동친화 정책 다 좋지만

기업 안 움직이는 성장 정책은 한계

성장 정책없인 경제지속가능성 없어

원칙,방향 분명히 해 기업불안 없애야

“혁신성장을 해야 하는데 민간(기업)이 안 움직여서 고민입니다.” 최근 중앙 부처의 국장과 나눈 대화의 한 부분이다.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도 있지만 당국자의 입에서 직접 확인된 셈이어서 더 충격적이다. 현시점에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성장 담론이나 논의의 실종이다. 일자리 중심의 소득주도성장도 좋고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친화정책도 다 좋지만 결국 성장은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가장 큰 원천이기 때문이다.

세계 9위권인 교역규모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성장엔진이 꺼진 한국 경제는 페달을 밟지 않는 자전거처럼 전복된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치다. 성장은 시장경제체제로 세계와 경쟁하고 협력해온 한국 경제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정치적 당파성과도 무관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그의 저서 ‘경제 철학의 전환’에서 수요보다 공급 분야, 즉 기업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혁신성장’을 주장했다. 결국 성장만이 경제의 원동력이고 이를 위해 노동·자본의 자유 등 각 분야의 규제 철폐를 통해 슘페터식 공급혁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위원장인 김광두 교수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일거리의 원천은 경쟁력이고 그것은 기업에서 나온다. 그런데 기업들이 투자를 안 하면 왜 안 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고 성장의 문제를 현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과제로, 또 반성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 정도 경제 인식은 국민 대다수가 공유하고 있다. 다만 일터에서 개개인은 이런 인식과 다른 현실과 마주한다. ‘소비의 역설’처럼 근검절약은 개인으로서는 합리적이고 미덕이지만 경제 전체로 보면 마이너스(-)인 것처럼 개인들이 실생활에서 마주하는 국가 정책은 더 큰 목표를 위해 양보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공공 일자리 확대정책과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이 대표적이다.

청년들은 높은 보수는 아니더라도 정년과 신분이 보장되는 공무원 등 공공 일자리로 대거 모여들고 노동조합 등은 임금 삭감이 전제되지 않는 한 최저임금 상승과 노동시간 단축에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최근 논란이 된 다산 신도시 택배 논란만 해도 그렇다. 입주자 입장에서는 집단 이기주의라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손해 볼 것 없는 이 정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성장 담론의 실종 과정도 이와 유사하다. 정부 부처끼리 각종 정책의 강조점과 지향이 다르고 청와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에서 성장을 얘기하는 것은 결코 현명하지 못한 태도다.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명확히 알 수 없고 예측과 결과를 책임질 수도 없는 입장에서 다른 분야의 속도 조절과 방향 수정을 주장하는 성장론을 얘기하는 것은 공무원 개개인 입장에서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물론 ‘혁신성장’에 대한 정부 내 논의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기에 공무원들은 섭섭해할 수 있다. 그러나 민간, 특히 기업이 움직이지 않는 성장 정책은 공허할 뿐이다. 지난 정부의 ‘창조경제’가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 적폐로 지목되는 한 대기업 집단의 임원을 만난 적 있다. 그룹 총수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그룹 전체가 어수선하고 어떤 새로운 일도 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런데 소는 누가 키우지요”라고 말했다. 여러 해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유행한 말을 다소 부정확하게 빚 댄 것이고 갑자기 나라 전체를 걱정하는 듯한 그의 말투가 다소 엉뚱했다. 그러나 요즘 우리 기업이 느끼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 같아서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수요든 공급 측면이든 시장경제는 성장을 전제하고 있다. 경제와 국가사회가 지속 가능하게 하는 원천 또한 성장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듯한 현 정부의 정책은 오래갈 수 없다. 이제라도 성장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실행해 여러 면에서 현 정부 들어 꼼작도 않는 기업들이 다시 뛰게 만들어야 한다. 아니면 최소한 원칙과 방향이라도 명확히 해 더 이상 기업을 불안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jh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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