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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달 뻔한데..."줄줄이 미뤄지는 지방 분양

'청약 제로' 단지 속출에 하반기로 공급 일정 연기

더 이상 늦출수 없어 울며겨자먹기 분양도 수두룩

미분양주택 1년새 18% 이상 늘어 5만가구 넘어

“지방 상황이 어떠냐고요? 앞이 깜깜할 정도입니다. 미달 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더 이상 일정을 늦출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분양을 하는 데가 수두룩합니다”(A건설사 본부장)

청약만 했다 하면 수십 대 1 경쟁률이 예사인 서울과 달리 지방의 주택 분양 시장은 미분양이 늘며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은 지방의 아파트 분양시기를 늦추는 등 위기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일건설은 이달 충북 충주시 호암택지지구에서 ‘호암지구 제일풍경채’ 아파트를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하반기로 늦췄다. 동양건설사업이 청주에서 지난 2월 공급 예정이었던 ‘청주 파라곤’은 9월 분양으로 미뤄졌다.





지방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부동산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건설사들의 지방 분양 연기는 그만큼 청약 시장 형편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약 신청자가 단 1명도 없는 ‘청약 제로’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전라북도 순창군에서 분양한 ‘순창온리뷰2차’는 126가구를 공급했는데 1순위 청약자가 1명도 없었고 2순위에서 단 2명이 신청하는데 그쳤다. 전체 청약경쟁률은 0.02대 1을 기록했다. 제주시 한림읍에 도전장을 낸 ‘제주대림위듀파크’도 총 42가구 분양에 1순위 청약 신청자는 없었고 2순위에서 3명이 신청해 0.07대 1로 청약을 마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지방 미분양주택은 5만933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3,049가구)보다 18% 급증했다. 2013년 3만가구대였던 지방 미분양 주택은 이후 꾸준히 늘어나 4만 가구를 넘어섰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이 같은 기간 3만 가구 수준에서 지난 2월말 9,970가구까지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부산, 강원, 충남, 경남 등은 미분양 증가 속도도 빠르다. 같은 기간 수도권의 미분양 가구수는 9,970가구로 작년말 보다 1만가구 가까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지방 경기 위축에다 정부 규제가 더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경기 전반이 좋지 않은데 특히 지방은 조선업등 을 중심으로 침체 돼 있는 상태”라면서 “여기에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 등이 시행되면서 대구 수성구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지방 주택 시장이 고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제는 정부가 오히려 지금의 시장 분위기를 ‘규제 약발이 먹혔다’며 내심 안심하는 분위기 라는 것”이라면서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등 추가 정책이 예상되는 만큼 적어도 1~2년은 지금 분위기가 계속 갈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월 부동산 침체 지역에 대해 위축지역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서 위축지역 지정이 오히려 ‘주홍글씨’가 될 것이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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