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 CGV에서는 영화 ‘버닝’(감독 이창동) 제작보고회가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이창동 감독, 배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가 참석했다.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
2010년 ‘시’ 이후 8년 만에 복귀작 ‘버닝’을 내놓은 이창동 감독은 “영화 개봉 직전에는 항상 기대와 긴장을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라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 ‘버닝’이 청춘에 대한 이야기라 강조한 그는 “감독이 현장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것이 느껴지지 않게끔 하고 싶었다. 가능하면 영화가 어떤 목표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지고 모두가 만들어가는 느낌을 다 함께 갖기를 바랐다. 모두가 발언하고 생각을 이야기하고 살아있는 현장이 되기를 바랐다.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종수 역을 연기한 유아인에 대해 이창동 감독은 “유아인 씨 같은 경우는 굉장히 어려운 연기였을 것이다. 유아인 씨는 지금까지 강렬한 감정을 드러내는 캐릭터를 연기해왔기 때문이다. ‘버닝’에서는 그런 강렬함이 대부분 장면에서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 겉으로는 무력해보이지만 내면에 엄청난 것을 가지고 있다. 뛰라면 뛰고 걸으라면 걸었던 모습 속에서 아주 예민한 감정이 드러나야 했다. 그게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고 전했다.
벤 역의 스티븐 연에 대해서는 “완벽한 한국인이지만 완벽히 알 수 없는 한국인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완벽한 뉘앙스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속을 알 수 없는 상황을 밸런스에 맞춰 보여줬다”며 해미로 분한 전종선의 연기에 대해서는 “전종선 씨뿐만 아니라 어떤 연기 경력이 많은 배우라 하더라도 연기하기 어려운 장면이 최소한 서너 장면이 나온다.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연기를 했다고 생각 한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창동 감독은 2007년 제60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밀양’, 2010년 제63회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시’에 이어 ‘버닝’까지 연출작 3편 연속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또한 2000년 제35회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된 ‘박하사탕’, 2003년 제43회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다시 한 번 소개 된 ‘오아시스’까지 6편의 연출작 중 5편이 칸 영화제에 진출했다. 2009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까지 한 이창동 감독은 올해 제71회 칸 영화제에 ‘버닝’을 올리며 ‘칸 패밀리’임을 입증했다.
이에 대해 이창동 감독은 “칸 영화제가 우리 영화를 알리고 평가 받는데 가장 효과적인 자리라 할 수 있겠다. 우리 세 명의 배우들이 연기를 가지고 세계인들에게 알려지고 평가 받는 가장 좋은 기회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한다. 나도 기쁘게 생각 한다”고 말했다.
유아인은 ‘버닝’에서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 역을 맡아 연기했다. 이날 유아인은 ‘버닝’에 출연한 계기로 “감독님께서 만남을 제안하셨다. 시나리오 나오기 전부터 감독님과 함께 작업을 하고 싶다고 표현했다”며 “시나리오가 오고 작업을 하면서 더더욱 내가 이래서 작업을 하고 싶구나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감독님의 작품들을 봐왔다”고 이창동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냈다.
그는 ‘버닝’만의 특징으로 “시나리오가 되게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표현돼 있다. 종수의 대사가 많지 않던데 이전에 받았던 틀에 짜인 시나리오와 다른 훨씬 자유로운 느낌의 시나리오였다”고 전했다.
‘버닝’을 통해 생애 첫 칸에 입성한 소감으로는 “스케줄 때문에 해외 체류 중이다가 기사로 접했다”며 “아직 잘 모르겠다. 나는 안 가봐서”라며 “다들 대단하다고들 하더라. 굉장히 독특한 영화인데 이런 영화가 알려질 수 있고 다양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에 대해 굉장히 기쁘게 생각 한다”고 벅찬 심정을 드러냈다.
정체불명의 남자 벤으로 분한 스티븐 연은 이창동 감독과의 첫 작업 과정으로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어느 날 봉준호 감독님에게 전화가 와서 이창동 감독님이 부른다고 하더라”고 ‘버닝’ 참여 과정을 밝혔다.
이어 “자연스럽게 나를 맡길 수 있었던 기회였다. 모든 것이 운명처럼 맞아든 것 같다. ‘비정상회담’ 이후로 감독님에게 전화를 받았고, 배우들과 느낀 커넥션이 운명 같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간 것 같았다. 감독님이 사람에 대한 이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차분함을 느끼면서 감독님을 믿었고 배우로서 자유를 느끼며 더 잘 연기를 하게 될 수 있었다. 감독님이 갖고 계신 눈빛도 나에겐 감동 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스티븐 연은 앞서 인기 미드 ‘워킹데드’, 봉준호 감독의 ‘옥자’ 등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해온 배우. 또 하나의 한국 작품을 촬영하며 느낀 점으로 “미국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있어서 내 캐릭터를 1차원 적으로 연기했다. 이전엔 캐릭터를 보여주는 데 치중했다면 ‘버닝’에서는 완전히 몰입해서 한국 사람으로 보여주려 했다. 한국에서 촬영해서 더 좋았다”며 “그야말로 벤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즐기면서 촬영했다”고 전했다.
‘버닝’을 촬영하며 한국말을 “한국어 참 어려웠다. 그런데 감독님과 종서 등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다”며 “(한국말의)테크닉이 제일 어려웠고 NG도 많이 났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험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후로도 앞으로 한국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을지 묻자 “한국에서 일하는 건 영광이다. 일단 캐릭터가 중요하다. ‘옥자’도 K가 교포였으니까 했고, 이번에도 나에게 캐릭터를 맞췄다. 한국뿐만 아니라 내게 맞는 캐릭터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작업하고 싶다”고 답했다.
스티븐 연은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옥자’로 제70회 칸 국제 영화제에 참석한 데 이어 올해 ‘버닝’으로 제71회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이에 대한 소감으로 그는 “‘옥자’로도 경험했지만 이번에도 특별한 경험이다. ‘버닝’이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소개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극 중 종수의 고향친구 해미 역의 전종서는 ‘버닝’에 참여한 소감으로 “내가 들어갔을 때는 촬영이 너무 정신없이 이뤄지고 있던 시기였다. 그래서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제작보고회를 하면서 영화 참여가 실감 난다”라고 말했다. 해미와 실제로 닮은 점에 대해서는 “감성적인 면이다”고 밝혔다.
이창동 감독은 해미 역으로 신예 전종서를 캐스팅했어야 한 이유로 “실제로 해미라는 인물이 시나리오에 있기는 하지만 그걸 만드는 것은 배우가 와서 그 인물이 되는 것이다. 해미를 찾는 심정으로 배우들을 찾았다. 전종서 씨를 보는 순간 이 사람은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모로서나 내면으로서나 그랬다”며 “전종서 씨도 해미처럼 속을 알 수 없는 게 느껴졌다. 이 사람밖에 없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어떻게 지금까지 아무런 경험 없이 원석 그 자체로 나타났을까 싶었다. 잠재력이 뛰어난 배우다”고 극찬했다.
한편 ‘버닝’은 5월 17일 개봉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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