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상 드론관련 기사를 많이 본다. 대부분 드론의 다양한 활용에 관한 것들이다. 간혹 신제품 소식도 있다. 기사가 많다는건 대중의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리라. 도대체 드론이 뭐길래, 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걸까?
먼저 인간에게는 하늘을 날고 싶은 욕구가 잠재해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가 대표적이다.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을 드론이 대리만족시켜준다고나 할까. 또한 취미생활에 목말라 하는 현대인들의 갈증해소용 역할도 한다. 하늘을 고속으로 질주하는 드론 레이싱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취미.완구용 드론에 해당하고, 파급력도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
드론에 한 차원 높여 접근해보자. 공간 활용에 대한 인간의 욕구가 드론 탄생의 주된 배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늘이라는 무한한 공간을 어떻게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이다. 종전에 하늘을 지배했던 비행기와 헬리콥터는 주로 운송수단으로 쓰였다. 물론 무기와 항공촬영 등 다른 용도로도 사용되지만, 주된 목적은 운반일 것이다. 하지만 드론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늘을 보다 가까이에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비행기나 헬리콥터의 하늘 활용이 제한적이라고 한다면, 드론은 전면적인 하늘 활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드론의 뛰어난 기동성 덕분이다. 상하, 전후좌우로 자유롭고 신속히 이동할 수 있다. 공중에 멈춰있는 제자리 비행(호버링)도 하고, 제자리 360도 회전도 한다. 이 때문에 운반, 촬영과 전송, 농약살포, 산불 등 재난감시, 토지측량, 인명구조, 기상관측, 각종 빅데이터 수집과 분석, 인터넷 기지국 역할 등으로 드론의 하늘공간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다. 물론 이런 업무를 비행기나 헬리콥터도 할 수 있지만, 드론은 훨씬 정교하게 수행한다. 활용도가 어디까지 갈지 예측하기 힘들 정도이다. 드론이 가져올 신규 직종도 광범위하다. 유명 미래학자인 토마스 프레이(Thomas Frey) 다빈치연구소장은 드론을 활용한 미래 일자리를 추렸는데, 무려 192개에 달한다.
2년 전쯤 드론관련 행사장에서 보기드문 장면을 목격했다. 머리 위 약 10미터 상공에서 드론이 제자리 비행하고 있을 때, 그보다 한참 높은 곳에서 헬리콥터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 때 더 높은 곳을 보니 비행기가 가고 있었다. 내 시야에 드론과 헬리콥터, 비행기가 고도를 달리하며 사이좋게 운행하는 모습이 들어왔다.(드론 비행고도는 비행기나 헬리콥터와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150미터로 제한돼있다.) 우연의 일치 치고는 참으로 멋진 장면이었다. 여기에 멍하니 취해있느라 핸드폰으로 사진 찍는 것도 잊었다. 미래 인류가 하늘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상징하는 듯 했다.
드론은 우리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급속도로 인간에게 다가오고 있다. 드론 덕분에 하늘도 우리에게 한층 가까이 오고 있다. 여러모로 우리 삶에 도움을 주는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소극적으로는 타인에게 피해 끼치지 않는 것에서부터, 적극적으로는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한마디로 타인에 대한 배려야말로 드론을 드론답게 쓸 수 있는 관건이다. 드론 규제는 이를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드론 다루는 사람들의 상식과 양식이다.
하지만 인간의 발명품에는 陽(양)이 있으면 陰(음)도 있다. 드론도 마찬가지다. 잘만 사용하면 利器(이기)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凶器(흏기)가 된다. 이카루스가 말 그대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다가 날개를 붙인 밀랍이 태양열에 녹아서 추락했듯이, 드론으로 과욕을 부리거나 잘못 사용하거나 악의적으로 쓰면 드론도 추락할 수 있다. 드론이 순항할 지 추락할 지, 어느 쪽을 택할 지는 인간에게 달려있다.<끝>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