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이성계가 조선 개국 일등공신 이제에게 직접 내린 현존 유일 개국공신교서인 ‘이제 개국공신교서’가 국보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은 25일 국립진주박물관에 있는 보물 제1294호 ‘이제 개국공신교서’를 국보로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이 교서는 태조 이성계가 조선 개국 일등공신 이제(?~1398)에게 내린 문서다. 조선 전기 문신인 이제는 태조 계비 신덕왕후의 셋째 딸인 경순공주와 혼인한 뒤 이성계를 추대하며 조선을 개국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교서에는 이제가 다른 신하들과 큰 뜻을 세워 조선 창업에 이르게 된 과정과 가문과 친인척에 내린 포상 내역 등이 기록돼있다. 끝부분에는 발급일지와 ‘고려국왕지인(高麗國王之印)’이라는 어보가 찍혀 있다. 이 어보는 명나라가 1370년 공민왕에게 준 인장이다.
교서는 국왕이 직접 당사자에게 내린 문서로 공신도감이 국왕의 명에 의해 신하들에게 발급한 녹권보다 위상이 높다. 조선 초기의 개국공신녹권으로는 ‘이화 개국농신녹권’ 1점이 국보 제232호로 개국원종공신녹권 7점이 보물로 지정됐는데 이번에 지정 예고된 ‘이제 개국공신교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유일한 교서다. 문화재청은 “‘이제 개국공신교서’는 조선 최초로 발급된 공신교서이자 현재 실물이 공개된 유일한 공신교서라는 점에서 조선시대 제도사·법제사 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는 ‘이숙기 좌리공신교서’, ‘분청사기 상감 경태5년명 이선제 묘지’, ‘지장시왕도’와 함께 보물 지정이 예고됐다.
‘익산 미륵사지 서탑 출토 사리장엄구’는 2009년 익산 미륵사지 서탑 심주석(탑 중심의 기둥)의 사리공(불탑 안에 사리를 넣을 크기로 뚫은 구멍)과 기단부에서 나온 유물로 639년의 절대연대를 기록한 금제사리봉영기와 사리호, 청동함이다. 사리봉영기에는 193자가 새겨져있는데 기해년(639년)에 사리를 봉안했다는 내용이 있다. 출토 당시부터 국보 승격이 확실시된다는 이 유물의 보물 지정 예고는 국보승격을 위한 첫 단계라는 평이다.
지난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일본 소장가에게 기증받은 이선제 묘지는 조선 세종대 집현전 학사를 지낸 이선제(1390∼1453)가 세상을 떠난 뒤 1454년(중국 연호 경태 5년) 그의 생애를 적어 무덤에 넣은 기록물이다. 최근 국회에서 환수 문화재에 대한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을 신속하게 진행하라는 여론이 일었고 이에 환수 8개월 만에 보물로 지정됐다.
이숙기 좌리공신교서는 이숙기(1429∼1489)가 성종(재위 1469∼1494) 즉위를 보좌한 공을 인정받아 1471년 순성좌리공신(純誠佐理功臣·4등)에 책봉된 이듬해에 받은 공신교서다. 이 교서는 성종 추대에 관여한 사람을 확인할 수 있는 원천 자료로, 구치관과 이영은이 각각 2등과 4등 공신으로 추가 책봉됐다는 사실이 기록됐다.
호림박물관 소장 지장시왕도는 1580년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화로, 지장삼존을 중심으로 명부계를 다스리는 시왕 열 명, 판결과 형벌 집행을 하는 제자를 한 폭에 그렸다. 국내에 유일하다고 알려진 16세기 지장시왕도로, 제작 시기가 명확하고 구도와 양식적인 면이 뛰어난 조선 중기 불교회화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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