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 80~90%가 75세 이상의 고령입니다. 이들에게 다음을 기약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산가족상봉센터를 상설화하는 게 평생 고향과 가족을 그리며 살아온 이들에게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 아닐까요?”
실향민 2세인 장만순(59·사진)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만감이 교차한다. 한동안 중단됐던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레기도 하지만 과거처럼 일회성 이벤트로 그쳐 실향민들을 두 번 울리는 결과만 낳지 않을지 걱정이 돼서다.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는 북한이 고향인 실향민으로 구성된 사단법인으로 지난 1982년에 설립됐다. 가족들 생사 확인과 이산가족 재결합, 실향민 2·3세대 교육 등을 지원한다.
장 부위원장은 “이번 회담을 이산가족상봉센터 상설화를 합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상봉은 2015년 10월을 끝으로 총 20회 열렸다. 이 가운데 성사된 만남 건수는 4,185건에 불과했다. 이산가족 상봉은 로또 당첨 수준의 확률에 가깝고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워 실향민들에게 상처만 주는 부작용도 낳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성과 문산 사이든, 판문점이든 상설 상봉센터를 세우는 것은 남북 당국의 의지만 있으면 물리적으로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실향민의 소원은 ‘죽기 전에 부모와 형제를 만나는 것’ 단 하나”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부모와 형제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면 기일이라도 챙겨서 제사를 지내고 싶은 게 실향민의 간절한 심정”이라며 “최소한 가족 생사만이라도 대대적으로 조사하는 작업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정부가 북측을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에게 이번 정상회담은 특별하다. 장 부위원장 부모님의 고향은 판문점이 자리한 파주시 장단면 일대다. 그의 부친은 고향이 그리울 때면 늘 판문점을 찾았다고 한다. 한걸음이면 다가갈 수 있는 고향과 선산을 눈앞에 두고도 갈 수 없는 현실에 눈물을 흘리던 아버지의 모습이 그에게는 여전히 생생하다.
장 부위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이 세 번째를 맞았지만 그동안 냉온탕을 반복해온 남북관계 탓에 실향민에게는 ‘상봉 기회가 끝내 오지 않을 것’이라는 자조감이 상당하다”며 “선친 고향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이 실향민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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