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는 27일 오후 북한 체재 선전 매체에 자유와 평화를 강조하는 내용의 영상이 이례적으로 올라와 눈길을 끈다.
북한 체재 선전 매체인 ‘붉은별 TV’는 이날 오후 2시께 ‘우리는 평화를 사랑한다’라는 제목의 9분 길이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을 보면 평양 시내 하늘을 비둘기들이 날아다니고, 코스모스와 철쭉이 핀 거리를 가족들이 웃으며 정답게 손잡고 거니는 모습이 이어진다. 웃으면서 뛰어노는 아이들 얼굴 뒤로 “평화, 우리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평화를 사랑한다. 이 땅에 대를 묻은 진정한 조선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고 또 바라는 평화다”라는 내레이션이 흐른다.
대표적인 극단주의 채널로 분류되는 이 채널에 ‘평화’를 호소하는 영상이 업로드된 것은 이례적이다. 평소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미사일 발사 현지지도 모습과 군의 열병식, 때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등 우리나라 보수 정치인을 비난하는 영상도 종종 올라온다.
붉은별 TV는 북한 정부로부터 공식 승인을 받은 단체로 다른 매체인 ‘조선중앙TV’와 ‘우리민족끼리’가 제작한 북한 체제 선전 영상 등을 세계에 유포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곳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손을 맞잡으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향한 새로운 역사가 쓰이는 순간 이같은 영상이 올라온 것은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영상을 끝까지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영상 속 성우는 “우리는 제2의 6.25를 강요당할 수 있고 평화는 오직 힘으로만 쟁취할 수 있기에, 조선은 마침내 운명의 보검을 틀어쥐었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9월까지 수차례 이어졌던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를 떠오르게 하는 발언이다.
그러면서 “6.25 전쟁은 오늘의 이야기”라며 “우리는 전쟁의 60여년을 살아왔다. 어느 하루도 그친 적 없는 봉쇄와 제재 속에서 시련의 허리띠를 조여야 한 것이 과연 전쟁이 아니란 말인가, 세계의 양심이여 대답하라”라고 부르짖는다. 북핵 도발과 미사일 실험 등으로 단행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로 고통받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 영상은 영어와 러시아어로도 번역돼 해당 채널에 올라와 있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평양의 통일거리 남쪽 입구에 자리한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소개 영상도 올라왔다. 탑신의 높이는 30미터, 너비는 지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을 상징하는 61.5미터라고 소개했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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