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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인간은 왜 폭력을 행사하는가?] 일상에 스며든 '보이지 않는 주먹'

정윤수 외 5인 지음, 철수와영희 펴냄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한반도엔 평화의 해가 떠오르고 있다. 북핵 도발 속에 실패로 끝날 줄 알았던 2018 평창올림픽은 평화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한 세기의 올림픽이 됐고 이제 한반도는 평화시대의 발원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 긴장 완화, 나아가 통일이 우리의 안전과 평화를 담보할까. 전쟁의 위협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지 몰라도 구조적·문화적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개인과 사회,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도시를 누비며, 또 공부하거나 일할 때, 대화를 나눌 때 우리는 숱한 일상의 폭력에 노출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갑질’은 직접적 폭력의 단적인 예다. 직접적 폭력은 상해를 입히거나 고문하는 것, 집단 따돌림을 통해 사회에서 강제로 분리시키거나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것도 포함한다.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발견할 수 있는 폭력은 구조적·문화적 폭력이다. 균등한 기회를 박탈하는 불평등과 불공정한 구조, 차별을 당연시하는 문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무상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잠재적 기회를 박탈당한다. 공공의료보험이 없다면 생존의 잠재성이 발현될 수 없다. 총구가 내 목을 겨누고 있지 않아도 이 사회의 제도와 인식, 인습에 폭력성이 배어 있다면 언제든 내 목을 조일 수 있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일상에 스며든,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을 발견하는 눈이다. 인권연대가 1년에 두 차례씩 진행하는 ‘교사 인권연수’ 강의 내용을 엮은 이 책은 평화학, 심리학, 법학, 국가예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저자로 나서 우리 안의 폭력을 발견하는 법을 안내한다. 통치 메시지를 담은 광장 디자인을 통해 구현되는 국가주의적 폭력, 기억의 저장권을 박탈하는 도시개발, 노인·여성·장애인·유색인종 등 소수자에 들이대는 편견, 폭력을 재생산하는 교육까지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일상의 폭력에 프리즘을 들이댄다. 폭력을 벗어나는 첫 단추는 예민해지는 것이다. 나를 향한 폭력을 발견하는 것이 첫째, 타인을 향한 폭력을 발견하고 연대하는 것이 둘째, 예산집행을 포함한 제도와 법률에서 폭력을 감지하고 저항하는 것이 셋째다. 이 책은 그 길로 우리를 안내한다. 1만3,000원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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