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슈트는 구조장비의 체감 무게를 30%가량 줄여줘 구조활동의 효율성을 높여줍니다.” 소방청 주최로 27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15회 국제소방안전박람회’의 최고의 관심은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로봇형 웨어러블 슈트였다.
제작사 관계자는 이 슈트를 시연하며 “대형 화재일수록 소방관의 장비가 많아지고 필요한 힘은 커지는데 슈트는 착용자의 근력을 높여줘 구조장비 등을 쉽게 운반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대로 작동할까에 대한 의문은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다만 현재 25㎏인 슈트의 무게를 더 줄여야 하는 것이 앞으로 상용화의 숙제”라고 덧붙였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로봇형 웨어러블 슈트를 포함해 스마트헬멧·드론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한 첨단장비들이 현실무대로 나왔다.
기자가 헤드셋을 통해 경험한 지하철 화재탈출 가상현실(VR)은 지난 2003년 있었던 대구지하철 참사를 모델로 만들어진 체험 프로그램이다. 헤드셋을 쓰자 당시 화재가 났던 대구지하철 열차 내부가 재현됐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객차에서 난 불을 피해 황급히 대피하는 시민들이 연달아 나타났다. 대한안전교육협회 측은 “현실에서 체험하기 힘든 위험 상황을 VR를 통해 경험하는 안전교육 콘텐츠”라고 소개했다.
대구지하철 참사는 이번 박람회와는 뗄 수 없는 관계다. 박람회 자체가 당시 참사를 계기로 해서 그 이듬해에 시작됐다. 대구 참사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매년 최고 수준의 기술이 전시되고 교류된다. 역대 최대 규모인 올해 행사에는 23개국에서 333개 업체가 참가했으며 부스만 1,180개가 설치됐다.
이 밖에도 박람회장에서는 고성능화학차·사다리차 등 특수소방차량 전시와 소방수출상담회, 각종 소방 관련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이날 함께 열린 제8회 소방청장배 전국 119 인명 구조견 경진대회에서는 부산소방안전본부 특수구조단의 ‘바람’(6살·셰퍼드)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재난체험을 한 관람객은 “가상으로 경험한 재난도 무서운데 실제 재난을 겪게 되면 무척 끔찍할 것 같다”며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대구=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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