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정상회담에서 양측은 파격적인 발언을 이어가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27일 전통의장대와 같이 걸어오던 중 문재인 대통령은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에 오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초청해주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사전 환담에서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우리 때문에 국가안보회의(NSC)에 참석하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우리 특사단이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해주셨다.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고 응답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군사분계선에서 공식 환영식장까지) 불과 200m를 걸어오면서 ‘왜 이리 멀고 어려웠을까’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결의 상징인 장소에서 많은 이들이 기대를 가지고 보고 있다”며 “실향민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 포격이 날아올까 불안해했던 사람들도 오늘 우리 만남을 기대하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이어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이 밟고 지나다 보면 없어지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에서는 금기어인 ‘탈북자’를 직접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우리 측을 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나는 백두산에 가본 적이 없다. 중국으로 가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나는 북측을 통해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오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며 “평창에 갔다 온 사람들이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 우리도 준비해서 문 대통령이 오면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자국 내 철도시설이 우리보다 못하다는 점을 스스럼없이 인정한 셈으로 역시 매우 이례적인 발언이다. 아울러 철도 연결 및 개혁 개방에 대한 열린 모습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을 이용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가리키며 “남한에서 스타가 됐다”고 하자 좌중은 큰 웃음을 터뜨렸으며 김 부부장은 얼굴이 빨개졌다고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잘할 것”이라며 “과거에는 정권 중간이나 말에 합의가 이뤄져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임기를) 시작한 지 이제 1년 차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속도를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빠르게 비핵화, 남북관계 개선을 가져가자는 것이다. 이에 김 위원장은 “북한에서 ‘만리마 속도전’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이를 통일의 속도로 삼자”고 말했다. 이때 임종석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장이 “살얼음판을 걸을 때 빠지지 않으려면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고 거들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과거를 돌아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말했고 김 위원장도 “이제 자주 만나자. 원점으로 오는 일이 없어야겠다. 기대에 부응해 좋은 세상을 만들어보자”며 “앞으로 우리도 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