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1차 회의가 ‘3대3’의 소규모 형태로 시작된 것은 남북 간 충분한 사전조율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 양측이 비핵화 등 핵심의제와 관련해 이미 큰 틀의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에서 구체적인 이행 방안만을 남겨놓고 양 정상이 만났다는 것이다.
◇3대3 회담, 사전 교감의 결과=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오전 회의에는 양 정상과 함께 남측에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북측에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배석했다. 청와대는 전날인 26일까지도 단독 또는 확대 정상회담 등 어떤 형태의 정상회담이 어떤 순서로 진행될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무진이 막판에 의제에 대한 이견을 좁힌 결과 오전 회의가 3대3 회담 형태로 확정됐을 가능성이 높다.
남북의 공식 수행원이 각각 7명과 9명인데도 핵심 인원만 배석해 오전 회담을 시작한 것은 남북 정상이 사전에 교감한 내용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오전 회담의 배석 형태는 비핵화, 항구적 평화 구축, 남북관계 개선 등 핵심 의제들과 관련해 양 정상이 사전에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한 결과”라며 “의제에 대한 합의보다는 합의된 내용을 어떻게 철두철미하게 이행하느냐에 대해 논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목되는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배석한 여동생 김 제1부부장의 역할이다. 김 제1부부장은 우리 측 임 실장의 카운터파트로 배석했다. 이는 그가 단순한 로열패밀리가 아닌 권력의 핵심이자 김 위원장의 정책적 파트너로서 사실상 ‘비서실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 제1부부장은 평양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하고 정상회담을 언급해 남북 정상회담의 첫 물꼬를 튼 당사자이기도 하다.
비핵화 등 주요 의제 큰틀 공감대
南 임종석·서훈 北 김영철·김여정
허심탄회 논의 위해 핵심만 배석
공식 수행단은 별도회동 가능성
◇공식수행단, 핵심의제 따라 별도회동 관측=오전 회담에 배석하지 않은 나머지 공식수행단은 평화의집 내 별도 공간에서 공식발표문 문안 작업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공식수행단은 그때그때 현안을 추가 논의하기보다 기존에 합의된 현안에 대한 문안 작성에 들어갈 것”이라며 “이렇게 하면 좀 더 속도를 내서 공식발표문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 공식수행단은 각각 특화된 핵심의제에 따라 별도로 소규모 회동을 벌였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회담의 최우선 의제인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남측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북측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이 핵심이다. 리 부위원장은 국제사회에서의 북핵 대응, 리 외무상은 북미 관계와 대미 전략 등에 특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중심으로 하는 한반도 평화 정착 논의는 남측 송영무 국방부 장관, 정경두 합참의장이, 북측 리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상이 담당한다. 리 참모장은 북한 군사작전을 지휘하고 비무장지대(DMZ)의 비무장화를 이끌 수 있는 인물이다. 우리 측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박 인민무력상은 재래식 무기 감축 등을 이뤄낼 수 있다.
남북관계 개선 분야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맡는다. 우리 측이 주요 과제로 꼽은 이산가족 상봉 성사 문제가 이들의 대화 테이블에 올랐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등 비핵화 이후 남북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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