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세계무대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공개 외교 데뷔전을 치르면서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외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미국과 영국의 주요 언론을 포함한 세계 각국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이날 한국인들은 물론 세계인들에게 대체로 ‘파격의 연속’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내렸다.
또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 내내 자신감 있고 개방적이며 국제적 지도자로서 세련된 모습을 노출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파격적 면모가 극적으로 드러난 때는 두 정상이 처음으로 악수를 하고 나서 사전 계획에도 없었던 문 대통령을 북측 땅으로 이끄는 장면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 장면을 두고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국경을 넘도록 권유한 놀라운 순간”이라고 묘사했다.
NYT는 이 장면에서 “신중하게 연출된 외교적 댄스에 놀라운 또 하나의 스텝이 추가됐다”고 분석했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당시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라고 하자, 김 위원장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뒤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며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어 시나리오에 없던 장면이 즉흥적으로 연출됐다.
NYT는 또 김 위원장이 입은 검은색의 줄무늬 인민복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복장으로서 북한 인민에게 비록 적의 영토에 있지만 김 주석의 사상에 여전히 헌신하고 있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다른 외국 매체들도 이날 김 위원장의 북측 땅 밟기 ‘깜짝 제안’에 크게 주목하며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했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김정은이 각본을 벗어났다”면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북측으로 초대한 것과 관련해 “각본에 없는 순간으로, 그렇지 않았다면 고도로 연출된 장면”이라고 보도했다.
호주 ABC뉴스도 “각본을 벗어난 보기 드문 순간”이라면서 “해외에서 조롱받고 희화화되는 젊은 지도자가 중압감이 큰 이벤트에서 세련됨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김 위원장의 이날 방남을 두고 그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아버지인 김정일이 결코 하지 않았던 일을 했다고 평가했다.
2000년과 2007년에도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지만 두 차례 모두 북한 수도인 평양에서 열렸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이어 김 위원장이 웃으면서 문 대통령과 악수를 했으며 그의 북측 땅 밟기 제안도 계획에 없는 행동이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또 김 위원장이 북한의 도로 사정의 열악함을 알리는 발언에 관심을 보이며 그가 “비밀의 벽을 깼다”고 표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회담 마무리발언에서 “말씀드리자면 고저 비행기로 오시면 제일 편안하시니까, 우리 도로라는 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불편하다”고 했다.
아울러 로이터는 밝은 톤의 대화와 웃음은 두 정상이 점심시간 전 2시간가량 진행한 회담 장소의 분위기를 보여준다고 해설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김 위원장의 국제적 지도자로서의 변모에 주목했다.
WP는 ‘김정은은 자신이 완전히 합리적인 국제 지도자임을 알리고 싶어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워싱턴을 핵무기로 공격하고 아시아의 미군 기지를 없애겠다고 위협하는 독재자 김정은은 잊어라. 국제 정치인 김정은이 온다”고 보도했다.
WP는 이어 “7년 전엔 세계 최고의 독재국가를 통솔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 34세의 북한 지도자가 군사분계선을 넘었다”고 전했다.
이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자, 책상 위의 핵 버튼을 떠벌리던 사람으로서는 급격한 전환이라는 게 WP의 설명이다.
AP통신은 이날 ‘김정은이 한국 사람들을 사로잡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사람들이 김 위원장을 보기 위해 일상적인 일들을 잠시 멈췄다”고 한국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 지지 매체들로 여겨지는 미디어 접촉이 금지된 한국인들에게는 극적인 변화”라고 AP는 소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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