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S-OIL 울산 공장. 110m 높이의 대형 잔사유고도화시설(RUC) 뒤로 바위와 모래가 거대한 산을 이뤄 병풍처럼 서 있었다. S-OIL이 5조원을 투자해 RUC와 올레핀하류시설(ODC)을 지으며 땅을 파고 깎아낸 증거였다. S-OIL 관계자는 “이 골재들은 건설사들이 사들여 아파트 등 각종 공사에 활용한다”고 말했다.
S-OIL의 RUC·ODC 플랜트는 2014년 1월 투자를 결정한 지 52개월 만인 이달 말 공사를 마쳤다. 투자 규모는 발주 당시 국내 단일 플랜트 공사로는 사상 최대인 4조8,000억원에 이른다. S-OIL은 오는 7월 RUC·ODC의 상업가동을 시작하고 9월께 준공식을 열 예정이다.
RUC·ODC 프로젝트는 고부가 석유화학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S-OIL의 과감한 승부수다. RUC는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저가 잔사유를 고부가 휘발유·프로필렌으로 탈바꿈시키는 설비다. ODC는 RUC에서 나온 프로필렌으로 자동차·전자제품의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프로필렌(PP)을 만든다. 공사를 총괄한 신현욱 S-OIL 수석부사장은 “내년부터는 RUC·ODC에서만 연 7,000억~8,000억원의 추가 영업이익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1조원과 1조4,000억원이었다.
취재진이 현장을 찾은 이날 마침 S-OIL 울산 공장이 무재해 700만 인시(人時)를 달성했다. 공사에 참여한 총인원의 근무시간이 700만시간에 이를 동안 무사고를 기록했다는 뜻이다. 오스만 알 감디 S-OIL 최고경영자(CEO)가 강조해온 안전경영의 결실이기도 하다. S-OIL 울산 공장은 수석부사장 직속 임직원 80여명 규모의 안전부문 조직을 두고 공장 운영과 RUC·ODC 공사의 사고 방지에 주력해왔다. 한주현 S-OIL 상무는 “시공사인 대림산업·대우건설과 하청업체까지 참여하는 월별 안전점검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하청업체의 사소한 사고도 세밀히 관리해 하루 최고 1만명이 넘게 투입되는 공사였어도 큰 사고 없이 완수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S-OIL은 내년부터 6년간 RUC·ODC에서 투자액을 상회할 만큼의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했다. 한발 더 나아가 또 다른 투자 기회를 검토하고 있다. 울산 공장의 한 관계자는 RUC·ODC 공사 근로자 수천 명이 차를 세워둔 거대한 주차장을 가리키며 “S-OIL의 미래 먹거리를 생산할 공장 후보지의 하나”라며 “RUC·ODC 부지를 매입할 때 일찌감치 함께 사둔 땅”이라고 말했다.
/울산=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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