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국경분쟁 예방을 위한 제도 마련에 합의하며 지난해부터 경색됐던 양국관계 회복에 나섰다. 시 주석은 이례적으로 모디 총리와 뱃놀이와 꽃놀이를 즐기며 ‘인도 끌어안기’에 최선을 다했다. 시 주석이 최근 미국과의 무역분쟁으로 인한 경제 타격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인도에 손을 뻗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9일 외신들에 따르면 인도 외무부는 시 주석과 모디 총리가 지난 27~28일 비공식회담에서 양국이 수용할 수 있는 국경 합의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두 정상은 국경마찰을 피하기 위해 양국 군대에 정보 공유 강화를 지시했다. 시 주석과 모디 총리는 통상 분야에서도 포괄적 합의를 봤다. 두 정상은 균형 잡히고 지속 가능한 방식의 무역·투자를 추구하기로 했으며 문화와 인적 교류를 증진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했다.
모디 총리의 이번 방중에서는 특히 두 정상이 이례적인 스킨십을 나눠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이틀 동안 총 여섯 번 만났으며 28일에는 수려한 경치로 유명한 중국 후베이성 동후(東湖) 부근을 기록원 없이 통역만 대동한 채 산책과 뱃놀이를 하며 차를 마시기도 했다. 시 주석이 미국 외의 정상과 ‘산책 외교’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모디 총리는 트위터에 호숫가에서 시 주석과 악수하거나 함께 꽃을 바라보는 사진들을 올리고 “인도와 중국의 강한 관계는 각국 국민과 전 세계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 주석이 미국과의 무역분쟁으로 인한 타격을 막기 위해 인도와의 긴장완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몇 년간 중국과 인도의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했다. 지난해 중국과 인도의 국경이 만나는 히말라야 도클람 지역에서 73일간 군사대치가 일어나 양국 군이 투석전까지 벌였으며 지난해 8월 인도는 오포·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보안정보 제출을 요구하는 등 무역분쟁 우려까지 제기됐다. 실제로 시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고립주의 정책을 겨냥한 듯 “양국은 개방적인 세계 경제의 건설을 추진하고 다자무역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도 호소했다. 모디 총리도 내년 재선을 앞두고 중국과의 관계개선으로 경제적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실리가 작용했다.
모디 총리는 오는 6월 중국이 개최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도 참석해 시 주석과 다시 만날 예정이지만 양국의 긴장관계가 근본적으로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양국이 정보기술(IT)을 국책사업으로 육성하며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다 파키스탄 등 분쟁지역을 놓고 또다시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