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관계부처 의견을 모아 내놓은 중장기 교원 수급방안을 두고 교사 선발규모를 줄이는 작업이 ‘폭탄 돌리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수는 매년 줄어드는데, 선발인원 축소폭은 현 정부가 임기가 끝난 2020년대 중후반에야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부에서는 교원 선발인원 감소 폭이 학생 수 감소 폭에 훨씬 못 미치는 반면 이후에는 학생 감소 폭을 크게 웃돌게 설계돼 지방선거 등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부가 2030년 선발인원까지 예측한 교원 수급대책을 내놓은 것은 교사 선발인원을 줄이면서도 교·사대 진학을 준비하는 수험생과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와 같은 ‘임용절벽’ 사태를 막겠다는 뜻이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교사 선발규모도 함께 줄여야 했지만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끌려가던 각 교육청은 최근 수년간 매년 필요한 인원보다 교사를 많이 뽑아왔다. 때문에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발령받지 못한 ‘미발령 대기자’들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7월 기준으로 이런 미발령 대기자는 초등이 3,518명, 중등이 447명에 달했다.
결국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초등교원 선발 예정인원을 전년의 8분의 1 수준으로 줄여 발표하면서 임용시험을 준비 중인 수험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교육부가 예산권이 있는 기획재정부와 인사권을 쥔 행정안전부 사이에서 제대로 된 수급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자 이들 부처는 TF를 결성해 함께 수급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교원 선발인원 감축을 현 정부 임기 이후로 미루는 ‘폭탄 돌리기’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의식한 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초등학생 수는 2018학년도 265만9,000명에서 2023학년도 239만6,000명으로 9.9% 줄어든다. 반면 같은 기간 초등교원 선발인원은 연 4,088명에서 연 3,750∼3,900명으로 중간값 기준 6.4% 줄어 학생 수의 감소 속도에 못 미친다. 이에 비해 2023∼2029학년도에는 학생이 5.8%(239만6,000명→225만8,000명) 줄어들지만 교원 선발인원은 13.7%(3,750∼3,900명→3,100∼3,500명) 줄어든다. 교원 선발인원 감소폭이 학생 수 감소폭을 웃도는 셈이다.
중등교원은 차이가 더 뚜렷하다. 2018∼2023학년도 중등교원 신규 선발인원은 7.1% 줄지만, 학생은 11.7% 감소한다. 반대로 2023∼2030학년도에는 중등교원 선발인원이 32.5% 급감하는 데 비해 학생 수는 12.1% 줄어든다. 전체 교과교사 수는 초등학교의 경우 2023년까지 15만5,000명으로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중·고교의 경우 오해 15만4,000명에서 2023년 14만9,000명으로 5,000명 줄어든다.
교육부 관계자는 “선발인원을 (곧바로) 대폭 감축할 경우는 계획 수립되기 이전에 교·사대 입학한 학생들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며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선발인원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밖에 교육부는 관련 규정을 개정해 시·도 간 교원 전출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대도시에만 교사가 몰리고 도 단위 지역에서는 교사가 부족한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장미란 과장은 “전반적으로는 학생 수가 줄지만 경기·세종 등 지역에 따라 학령인구가 늘어나는 지역도 있다”며 “지금은 주로 두 지역 간에 쌍방으로 전출입이 이뤄지는데 일방 전입을 활성화하면 지역간 수급 불균형 문제가 다소 나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미발령 대기자 해소 방안으로 언급했던 ‘1수업 2교사제’의 경우 이번 수급계획에서 제외됐다.
/김주환 인턴기자 juju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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