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카 공화국이 대만과 단교한다. 중국의 남미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대만의 외교적 입지가 갈수록 옹색해지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일 도미니카 공화국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정식 수교를 맺었다고 밝혔다. 왕 국무위원과 미구엘 말도나도 도미니카 공화국 외교장관은 이날 중국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수교 수립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중국과 도미니카 공화국은 양국 국민의 이익과 염원에 따라 수교 수립 공동 성명에 서명한 날부터 대사급 외교 관계를 맺는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성명은 “양국 정부는 주권과 영토를 상호 존중하고, 상호 불가침, 내정 불간섭, 평등한 상호이익, 평화 공존의 원칙의 기초 위에 양국의 우호관계를 발전하기로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성명에는 “도미니카 공화국은 세계에 오직 하나의 중국이 있다는 것과 중국 정부가 유일한 합법적인 정부라는 것은 인정했다”며 “대만은 중국의 영토이자 절대로 분할할 수 없는 일부분이라는 것을 인정했다”는 내용이 덧붙여졌다.
도미니카 공화국이 대만과 단교하면서 대만 수교국은 총 19개국으로 줄었다.
대만은 강력히 반발했다. 우자오셰 외교부장은 “돈을 사용해 대만의 외교관계를 전복하려 하는 중국의 시도를 강력 규탄한다”며 “개발도상국들은 중국과 접촉하면 빚의 덫에 딸려 들어갈 수 있다는 위험성을 항상 인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수교 전 중국으로부터 250억 달러의 지원을 받은 바 있다.
대만의 수교국 중 절반이 중남미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도미니카 공화국의 단교는 니카라과·파라과이 등 인근 중남미 국가와의 수교 관계를 흔들어놓을 수 있다. 특히 최근 무성해진 중국과 바티칸의 국교 수립설이 현실화하면 가톨릭 국가가 몰려 있는 남미에서 수교국들의 이탈이 급속히 번질 수 있다. 바티칸은 유럽에서 유일한 대만의 수교국이기도 하다.
이처럼 중국이 대만 수교국들에 외교 공세를 가하는 것은 대만 독립을 강조하는 차이 총통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친중 정책을 표방한 국민당의 마잉주 정권에서는 중국의 대만 압박 공세가 거의 없었지만 지난해 민진당의 차이 정권이 출범하면서 대만을 겨냥한 중국의 외교전쟁 기운이 고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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