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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급증하는 중기 현금자산 투자 유인책 고민할 때

중소기업에서 현금성 자산이 크게 늘고 있지만 설비투자는 오히려 줄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1일 공개한 재정포럼 최근호에 따르면 2000년 14조원 규모였던 중소기업의 현금성 자산이 2016년에는 8배 가까이 늘어난 112조원에 달한다. 연평균 13.7%씩 증가한 셈이다. 절대 규모에서는 대기업(463조원)보다 적지만 증가속도는 대기업(9.2%)을 능가한다.

현금성 자산이 대기업에서만 많이 늘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결과다. 이렇게 현금이 중기에서 빠르게 늘고 있음에도 설비투자 증가세는 크게 둔화되고 있다. 중기의 연평균 설비투자 증가율은 2005년 이전 7.9%에서 2005∼2010년 9.9% 수준으로 확대되는가 싶더니 2010~2016년에는 -0.4%로 추락했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등에 투자하기보다 금고에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현금성 자산은 투자 여력을 의미한다. 중기의 현금성 자산이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할 여지가 커졌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되레 중기 투자가 뒷걸음질치는 상황은 경제활력과 성장잠재력 확충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투자를 독려해야 할 대상이 대기업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정부는 중기의 투자를 끌어내는 데 노력하기보다는 보호할 대상으로 여기고 감싸기에 바쁘다.

투자촉진 대상에서 중기를 제외하는 등 관대한 정책을 펴고 있다. 이는 자칫 중소기업을 ‘피터팬 신드롬’에 빠뜨려 성장을 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투자증가율이 정체·둔화되는 모습이다. 잠재성장률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더 이상의 침체를 방지하려면 무엇보다 기업들의 활발한 투자가 필수적이다. 여기에는 대·중소기업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정부는 대기업 투자만으로는 경제 활성화와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투자촉진세제 대상 확대 등 중기에 쌓이는 현금을 생산적인 곳에 쓰이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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