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 상생 차원의 산업혁신운동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8월에 만들어진 사업이다. 협력사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도입 취지야 나무랄 데 없지만 문제는 막대한 재원이다. 더욱이 올해는 중소기업 전반으로 사업규모를 크게 벌여놓아 비용도 몇 배나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다급해진 정부는 기업들의 기부를 독려하고 일부 대기업에는 이전보다 많은 기부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정부는 “상생협력법에 따라 기업이 자발적으로 출연하는 것일 뿐 압박한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기금 마련을 정부와 협의하는 것 자체가 기업들에 얼마나 큰 부담으로 다가올지는 누가 봐도 뻔한 일이다. 기부금 출연 자체가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등 까다로워진 것도 기업들로서는 한층 고민스러운 대목일 것이다.
그러잖아도 이 정부 들어 온갖 명목으로 대기업을 줄 세우고 상생협약을 맺는 풍경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복합쇼핑몰 하나 짓는 데 수백억원의 상생펀드를 만들어도 봇물처럼 쏟아지는 요구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더욱이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경영 압박에 따른 심각한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기업의 팔을 비틀어 중기 지원자금을 마련하겠다니 정권이 바뀌어도 손 벌리기는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진정 산업혁신운동을 벌이겠다면 신산업이 마음껏 태동할 수 있도록 겹겹이 쌓인 규제 완화부터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들도 자발적으로 기금을 내고 상생활동을 벌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터에 계속 대기업만 들볶는다면 정부 의도와 달리 기업인들의 투자와 생산의욕이 되살아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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