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재벌 문제 해결을 강조해온 것에 편승해 삼성을 마녀사냥식으로 공격하면서 해체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 여당이 삼성을 KT나 포스코 같은 국민 기업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움직임은 ‘대기업=적폐’로 간주하는 진보 진영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삼성 저격수를 자처하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문재인 정부 1년 재벌정책 평가토론회’를 개최하고 정부가 삼성 등 재벌에 과감히 메스를 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등 진보 성향 인사·단체들이 함께 마련했다.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정부 재벌정책의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하며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촛불로 탄생한 현 정부는 재벌개혁을 외치는 국민적 요구에 따라 재벌 중심의 뒤틀린 경제구조를 바로잡아야 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채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상법 개정이나 집단소송제 확대처럼 입법을 통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범여권 인사들은 연이어 삼성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심 의원은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문제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삼성을 정조준한 ‘삼성 무노조 청산과 노사관계 개혁 촉구 결의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차명계좌로 밝혀진 경우 과징금 부과를 명확히 하는 ‘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의 지시로 꾸려진 ‘이건희 차명계좌 과세 및 금융실명제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의 결과물로 사실상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겨냥한 셈이다. 셀프 후원 논란으로 물러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도 마찬가지다. 김 전 원장은 1일 페이스북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관심을 갖고 지켜봐달라”는 내용의 짧은 글을 남겼다. 삼성에 대한 압박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이처럼 정부 여당의 삼성 때리기가 이어지자 “기업 옥죄기 정도가 과하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지난주 국회에서 비공개 모임을 열고 여권의 삼성 압박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가 삼성생명에 삼성전자 지분매각을 요구하며 보험업법 개정 움직임을 보이자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기업 손발을 묶어버리는 것은 물론 시장 충격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반발했다. 정무위원장인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삼성을 포스코나 KT처럼 만들려는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있다”며 “정권에서 통제하는 방식으로 가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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