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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포털 뉴스댓글 규제-찬성

박병호 KAIST 경영대 교수·정보미디어연구센터장

매크로 등 기술 부작용, 제도로 막아야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으로 대형 포털의 뉴스 댓글 방식을 개선하거나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기사를 포털이 아닌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하는 ‘아웃링크’ 방식이 하나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대형 포털의 자율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는 포털의 익명 댓글 게시판 운영 금지나 포털에서 기사 순위를 매기는 것을 막는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됐다. 포털 댓글 규제를 찬성하는 측은 대형 포털이 이윤을 챙기면서 언론의 책임·역할은 거부하고 있다며 한시적 규제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댓글도 여론인 만큼 사회 자본적 가치를 인정해야 하며 댓글조작 문제는 포털의 법적 책임을 강화는 쪽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세칭 ‘드루킹 사건’으로 불리는 댓글조작 사건이 국내 정치계의 큰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 3일 공판에서 이 사건의 용의자 김모씨가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고 진술했다고 하니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보아도 될 듯하다.

우리나라 ‘사이버 광장 민주주의’는 1980년대 PC통신을 통해 시작됐고 인터넷의 보급은 이를 가속화시켰다. 일례로 인터넷 게시판 ‘아고라’에서 형성된 여론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로 연결됐다. 훗날 국가정보원과 사이버 보안사령부 등을 동원해 인터넷상의 여론조작을 꾀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이렇듯 인터넷 여론조작을 시도하는 정권은 많다. 여론 형성의 장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주목받고 있는 오늘, 중국에서는 ‘우마오당(五毛黨)’이라는 댓글 부대가 활동하고 있다. 게리 킹 하버드대 교수가 주도한 2017년 연구에 따르면 우마오당 회원들은 댓글 하나에 5마오(약 80원)씩 정부로부터 지급받으며 여론을 선동하고 있으며 댓글의 수는 연간 4억4,800만건에 달한다.





혹자는 국가나 정치권의 후원 없이 개인들이 모여 특정한 정치인이나 정책을 지지하는 것은 개인의 정치적 자유라고 주장한다. 또 정보화 시대에 컴퓨터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는 행위에 문제가 없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그릇된 시각이다.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은 민주주의 시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드루킹 사건의 문제는 사상이나 집회·결사의 자유에 관한 것이 아니라 그 절차에 있다. 한 사람이 여러 개 이름(ID)을 가지고 집단인 것처럼 행세한 점이 문제인 것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여간해서 대다수 의견에 드러내놓고 반대하지 못한다. 이에 현대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이 표출될 수 있도록 하는 언론의 자유를 외치고 있다. 한 줌밖에 안 되는 사람들이 수백 개의 사용자 이름을 사용, 주류 여론으로 가장해 반대 의견을 침묵시키는 것은 반민주적 행위인 것이다.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대표되는 정보기술(IT) 사용도 문제다. 컴퓨터가 주식 가격의 동향에 따라 자동으로 거래하는 시스템은 오래전부터 사용됐고 0.01초라도 더 빨리 거래하기 위한 경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 주권을 행사하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기계가 사람 행세를 하며 몇 초 만에 수백 건의 글을 올리거나 찬성 의사를 표시하도록 만드는 것은 민주주의의 철학에 어긋난다.

지금까지 대형 포털의 뉴스 편집·운용은 자율 규제에 맡겨왔다. 네이버를 비롯한 대형 포털들은 언론사들의 뉴스를 화면에 표시하는 순서를 임의로 정하는 편집권을 행사해 사실상 언론에 준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어떤 뉴스를, 어느 독자의 댓글을 먼저 보여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편집권을 적절하게 구사하지 못해 소수 단체의 여론조작에 악용되도록 방치함으로써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았다. 사회적인 책임이 막중한 포털 업계는 댓글이 문제가 될 때마다 자율 규제를 강조했지만 기술의 발전이 이를 무력화시켜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자동으로 댓글을 만들어서 올리는 프로그램인 ‘봇’이 있다. 초보적인 인공지능(AI)을 사용해 마치 인간이 쓴 글인 양 다양한 문구를 생산해 게시하는 것이다. 뉴스와 함께 댓글이 포털의 광고수입에 연결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었을 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요구된다.

기술적 해결책이 마땅치 않은 현 상황에서는 한시적이라도 제도적 개선을 고려해야 한다. 판례를 통해 반민주적인 행위를 제재하고 적절히 규제해 여론조작 등 IT 오남용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 단 법적 규제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실시하는 운용의 묘가 필요할 것이다. 법령에 의한 규제가 항구적으로 자리 잡으면 그 역시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독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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