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석(사진)은 ‘오만가지’ 재능과 매력을 가진 배우다.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인 그는 뛰어난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한국 뮤지컬 시장을 이끄는 주역 중 하나로 막강한 티켓파워를 자랑한다. 1999년 연극 ‘파우스트’로 데뷔한 이래 다양한 장르와 작품으로 관객과 만났지만, 오만석은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만은 번번이 출연 제의에 손사래를 치다가 이번에 처음 주인공 역을 수락해 뮤지컬계에서도 화제가 됐다.
소설 돈키호테의 저자이자 배우인 세르반테스와 극중극에서 자신이 기사라고 착각하는 노인 돈키호테를 맡아 열연 중인 오만석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맡고 싶어하는 캐릭터를 이제야 수락을 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줬다. “메시지가 명료한 것 같으면서도 상당히 어려운 작품인 까닭에 관객에게 오롯이 전달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 거절을 해왔죠.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들면서 삶을 바라보는 눈이 확장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 중, 안주하려는 게 습관이 되어가는 내 모습을 발견해서 더 이상 미루면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러면서 그는 ‘미쳐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극 중 대사를 읊어주며 “기성세대로서 이젠 꿈과 이상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정우성, 이승환, 윤도현, 김제동 등은 소셜테이너로서 그동안 사회적 발언을 해왔지만 오만석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영화 ‘살인소설’의 시사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에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가 담긴 노란 리본을 달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그는 “정치적인 입장이나 이슈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편은 아니지만 그날은 4월16일로 세월호 참사 4주기가 되는 날이었기 때문에 배우들과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오만석은 남북정상회담과 평양공연 ‘봄이 온다’에 남다른 소회가 있다고 했다. 2005년에 6·15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평양 봉화예술극장 무대에 올라 가극 ‘금강’을 선보였던 까닭이다. “이번 남측 공연단이 지나다녔던 거리, 만경대 학생예술단 등을 보면서 그들이 어떤 느낌을 받았을지 대충 알 것 같았어요. 2005년 공연 당시에도 비슷한 코스를 밟았거든요. 한편으로 감사하고 뿌듯하고 여기서 끝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방북 당시 먹었던 북한 음식에 대해서도 회상했다. “평양냉면, 소불고기, 들쭉술, 두릅 등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어요. 갔다 오신 분들이 ‘음식 너무 담백하고 맛있다’고 하잖아요. 진짜 그래요.”
뮤지컬은 국내 공연 시장 중 4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압도적이다. 또 한국은 인구에 비해 제작 편수와 관객이 많아 세계에서도 주목하는 시장이다. 오만석은 이것을 가능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뮤지컬 배우들의 재능과 피나는 노력 그리고 뮤지컬이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이 됐던 대학로 문화를 꼽았다. “미국의 브로드웨이, 영국의 웨스트엔드 그리고 한국에는 대학로가 있죠. 지금까지 우리 공연 문화를 지탱한 힘은 대학로 문화에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강남 등에 대형 극장이 만들어져도 다양하게 분포돼 중심을 잃지 않는데, 대학로 문화가 사라졌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 신주쿠 극장가를 예로 들었다. “우리나라는 창작 작품도 많은데 일본은 상대적으로 적다. 신주쿠에 형성됐던 공연의 메카가 지방으로 뿔뿔이 흩어져서 그런 측면이 있다고 본다. 주도하는 곳이 사라지다 보니 결속력을 잃은 거다. 시키나 사계가 상업극장을 만들고 라이선싱 작품을 거의 판매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일본 뮤지컬의 자생력과 창작 시도가 사라지게 되는 원인인 것 같다. 물론 거기에는 부동산가격의 상승도 작용했겠지만.”
‘워커홀릭’처럼 쉴새 없이 일하는 오만석은 내년이면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는다. 그는 올 연말까지도 일정이 꽉 차 쉴 새가 없지만 내년에는 조금 휴식을 하고 싶다고 했다. “요즘 건강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느껴요. 정말 워커홀릭 맞는 것 같아요. 적당한 시기를 좀 봐서 쉬고 싶어요.” 그러면서도 그는 “황정민 선배님이 하셨던 ‘리처드3세’도 해보고 싶고, 더 늦기 전에 ‘햄릿’ 그리고 ‘고도를 기다리며’ 등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왠지 그가 쉬는 모습은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만석은 역시 그저 연기에 빠져 사는 ‘연기홀릭’이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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