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스타 선수들이 한순간에 무대 뒤편으로 사라져간 야구계에서 아직도 자신의 이름 뒤에 ‘불패(不敗)’라는 영광스러운 수식어가 붙어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올해 우리 나이로 50세가 된 좌완 투수 구대성 선수다. 한화이글스 팬들로부터 ‘대성불패’로 불리던 구 선수는 지난 2010년 한국 무대에서 은퇴하면서 화려했던 전설을 마무리 짓는 듯했다. 하지만 호주 시드니로 터전을 옮긴 그는 ‘영원한 현역’으로 남기 위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한-호주 언론교류 프로그램으로 시드니를 방문해 지난달 구 선수를 만났다. 미국·일본이라는 큰 무대를 두루 거친 그가 프로야구 불모지인 호주에 자리 잡은 이유를 묻자 “야구를 더 하려고 왔다. 하다 보니까 환경도 좋고 다 좋아서 살게 된 것”이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그는 10년 만에 다시 문을 연 호주프로야구(ABL) 원년 멤버로 뛰었지만 최근 3개 시즌 동안에는 ABL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에서부터 그를 괴롭힌 고질적인 허리 통증이 심해진 탓이다. 그럼에도 구 선수는 꾸준히 몸을 관리하며 오는 11월 시작되는 ABL 2018~2019시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의사가 더 뛰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해서 안 하다가 최근 워낙 상태가 좋아져 로컬(사회인야구)에서 (피칭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며 “괜찮으면 올겨울 더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야구 선수로는 절정기를 한참 지나 지천명(知天命)에 접어든 구 선수가 아직도 현역 생활을 꿈꿀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같이 뛰는 것 외에 특별한 비결은 없다며 “일주일에 하루만 쉬고 계속 운동장에 나간다”고 답했다.
한국 야구계를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용병 찾기에 고심하고 있는 한국 구단들이 호주로 눈을 돌렸으면 한다는 것이다. 현재 ABL 수준은 미국 마이너리그의 더블A 정도지만 빅리그를 경험해본 선수들이 호주에 오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선수들의 전반적인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그는 “여기 선수들은 비교적 낮은 몸값으로 쓸 수 있다”며 “호주로 스프링캠프를 와 미리 봐둔 선수들을 데려다 같이 연습해보면 (팀에 잘 적응할지)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시드니=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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