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인 남자 고등학생 캐릭터가 싸움을 하는 장면에서 ‘내가 너에게 가르침을 주겠습니다’라고 하면 이상하잖아요. 선생님들이 사용하는 어휘 대신 불량 고등학생이 사용할 만한 무섭고 거친 어휘로 바꿔줘야 합니다. 이렇듯 우리말로 된 웹툰을 해외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만들려면 캐릭터 분석이 필수죠.”
투믹스 글로벌사업팀에서 번역 감수를 담당하고 있는 정승연(사진)씨는 번역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캐릭터’를 꼽았다. 아이는 아이답고 노인은 노안다운 말투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6세 때 영국으로 건너가 15년간 지낸 그는 영국에서도 만화 커뮤니티를 통해 한국 웹툰을 접했을 정도의 ‘만화 덕후’다.
정씨는 자신만의 ‘인생 번역’도 소개했다. ‘어디로 가시나? 그냥 가면 내가 너무 섭하지’라는 표현을 ‘Where are you going? If you just go, I’ll be sad’라는 단순한 표현 대신 “Leavin’ so soon? You’re breakin’ my heart!’처럼 은어를 포함하고 단어도 단축해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대학 졸업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3년 동안 1,000회가 넘는 만화를 번역했다는 그는 번역이 재밌어야 문화가 다른 사람들도 쉽게 우리 웹툰을 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어에서도 우리나라의 급식체와 같은 단어들이 있어요. 흔히 10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인정’이라는 말은 ‘IKR(I know right)’로 줄여 쓰고 ‘안물안궁(안 물어봤고 안 궁금해의 줄임말)’은 ‘IDC(I don’t care)’로 줄여 씁니다. 물론 속어 같은 부분은 정말 어려워요. 하지만 최대한 사용할 법한 말로 대체하려 노력합니다. 그래야 재미있으니까요.”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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