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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이야기]경항공모함? 그건 아니고...구닥다리? 해군 간판 상륙함

< 36 > 진수 앞둔 '마라도함' 소문과 진실

■최신 기술 없다?

360도 레이더·해궁 미사일 장착

독도함보다 감시·요격 능력 향상

갑판 7개 구역 중 2곳 재질 강화

수직이착륙 오스프리 운용도 가능

■항공모함 활용 가능?

항모 개조엔 건조비만큼 비용 들고

속도도 23노트에 불과해 부적격

오는 14일 진수식을 앞둔 마라도함의 항해 상상도. 독도급 2번함으로 분류되지만 함교의 위치와 비행갑판, 무장 등이 자매함인 독도함과 차이가 있다. 속도가 느리고 비행갑판의 내열성이 떨어져 항모로 운용되기에는 무리다. /사진= 방위사업청 제공




오는 14일 진수될 대형상륙함 ‘마라도함’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드디어 한국 해군도 약간의 개조만 거치면 경항공모함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함정을 갖췄다’는 기대와 ‘최신 기술을 반영하지 못한 구닥다리 설계’라는 혹평이 동시에 나온다. 둘 중 어느 것도 맞지는 않다. 다만 조금씩 사실이 섞여 있다. 마라도함에 대한 소문과 진실을 짚어본다.

◇독도함과 마라도함은 동급 함정인가=방위사업청과 해군의 공식 분류에 따르면 두 함정은 자매함, 즉 동급 함정이다. ‘마라도함은 독도급 2번 함’이라는 것. 지난 2007년 독도함을 진수한 정부는 당초 3번 함까지 건조한다는 계획 아래 3번 함의 함명(백령도함 또는 신도함)까지 검토했으나 사업은 진척되지 않았다. 돈이 부족한 탓이다. 빠듯한 예산 사정으로 잠수함과 고속함, 차기호위함, 신형상륙함, 해상초계기 및 해상작전 헬기 구입에 사업 순위가 밀렸다. 결국 1번 함이 건조된 지 11년 만에야 2번 함이 모습을 드러냈다.

군 당국의 결심이 없었다면 대형상륙함 건조는 더 늦춰졌을지도 모른다. 만약 방사청과 해군이 독도급보다 성능이 향상된 신형함정을 원했다면 마라도함을 볼 수 없었다. 새로운 함정 건조 사업을 추진하는 데는 적어도 5~7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북한 핵 위협이 고조되던 지난 2014년 대형상륙함이 더욱 절실해진 군 당국은 고육지책을 택했다. 획득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사업 성격을 ‘양산 사업’으로 잡은 것이다. 양산 사업은 승인과 예산 획득 절차가 빨라 마라도함 건조는 속도를 낼 수 있었다.

◇형식은 동급 함정, 내용은 다른 함정=독도급 2번 함답게 마라도함의 외형은 독도급과 비슷하다. 특히 길이와 폭은 똑같다. 그러나 내용은 다르다. 유럽제 레이더를 사용하던 독도함과 달리 마라도함은 이스라엘 엘타사가 개발한 고정형 다중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장착해 360도 전방위에 대한 감시가 용이하다. 무장도 다르다. 독도함은 자체 방공무기로 미국제 램미사일 발사대 1기와 네덜란드제 근접방어무기인 골키퍼 시스템 2기를 갖춘 반면 마라도함에는 미국제 근접방어무기 1기와 최소 단위의 수직 발사관에 국산 요격미사일인 해궁미사일이 장착될 예정이다. 국산 해궁미사일 개발이 성공한다면 마라도함의 대공방어능력은 독도함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함교(아일랜드)의 위치도 다소 바뀌었다.

◇가장 큰 차이는 비행갑판=무엇보다 큰 차이는 갑판. 외형상으로는 식별이 안 되지만 모두 7개로 나뉘어진 갑판 구역 중에서 마라도함은 2개 구역에서 MV-22 오스프리의 이착륙이 가능하다. 물론 독도함에서도 오스프리가 이착함에 성공한 적이 있으나 비상 상황을 가정한 일회성 실험에 그쳤을 뿐이다. 쌍발엔진을 갖춘 오스프리가 수직이착륙할 때 발생하는 고열을 견딜 수 있는 갑판은 재질부터 일반 갑판과 다르다. 대형상륙함으로서 마라도함은 다소 제한적이나마 어떤 종류의 회전익기도 영구적으로 이착함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경항공모함 기능은 둘 다 없다=독도함이 처음 건조된 2007년 국내외에서는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해리어전투기를 탑재하는 경항공모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쏟아졌었다. 특히 일본과 중국에서 이 같은 반응이 거세게 나왔다. 당시에 얼마나 호들갑을 떨었는지 아직도 한국을 소형항공모함 보유국으로 분류하는 자료가 남아 있을 정도다. 하지만 독도함은 물론 마라도함도 항공모함 기능을 갖기는 근본적으로 어렵다. 일각에서는 F-35A 전투기의 함상형으로 수직이착륙 또는 스키점프대형 활주로를 이용한 단거리 이착함이 가능한 F-35B 전투기를 마라도함이 7대까지 운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적재할 수 있을 뿐이다. 제트전투기가 이착륙하면서 내는 고열은 회전익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뜨겁고 강하다. 경항모로 운용하려면 갑판은 물론 엘리베이터 등 배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하는데 건조비만큼의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다.

◇항모로 개조는 가능할까=항모로 쓰려면 비행갑판 개조 외에도 필수적인 사안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속도다. 독도함과 마라도함의 최고 속도는 23노트. 이지스구축함과 호위함의 속도인 30노트대에 못 미친다. 항공모함전단을 이루는 다른 전투함정보다 느리다면 항모전단의 전력도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단거리 이착륙 시 필요한 맞바람 효과도 30노트로 달리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물론 고속을 내는 가스터빈 엔진을 앉힐 수는 있으나 거대한 엔진이 들어갈 만큼의 함 내 공간도 없어 보인다. 해군은 독도함이든 마라도함이든 개조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

◇한국 해군 간판 함정으로는 활용 가능=마라도함이 해군에 인도되고 각종 테스트까지 끝나 2020년께 실전 배치되면 독도함에 걸린 과부하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군주요지휘관회의 개최 장소나 각종 민군 행사에 동원돼 장병들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함정 자체도 쉴 틈조차 없는 독도함의 근무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독도함이 세월호 참사 당시 구출작전을 총지휘하는 기함으로 활용된 것처럼 국민들 입장에서는 나라를 대표할 대형함정이 하나 더 생겼다고 볼 수 있다. 해외에서 한국인들의 안전에 이상이 있을 때 재외국민의 대량 수송이 가능한 함정이 한 척 더 늘어난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선보인 독도함의 2번 함이 문재인 대통령 시대에 건조된다는 사실도 공세적 병력 투사용 함정인 대형상륙함이 평화 이미지가 강한 진보진영 대통령 시절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야깃거리를 낳고 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달리 대형상륙함 진수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독도급 상륙함의 진수식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3척의 대형상륙함을 요구했던 해군이 벌여놓은 사업이 많고 예산 소요도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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