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한류 붐 조성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선진 농업기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나라들이 줄을 잇고 있는데요. 이들 나라에 내실 있는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싶어요.”
취임 100일을 맞은 이규성(사진) 농촌진흥청 차장은 지난 4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먹을 것이 부족한 국가들이 너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차장은 벼 품종 육성에 정열을 불태운 국제적인 벼 품종 전문가이자 국제농업전문가이다.
지난 1987년 공직에 첫발을 들여놓으면서부터 벼 품종 연구에만 몰두해 큰 성과를 냈다. 이 차장은 ‘자포니카 벼’ 내염성 유전기작과 검정법을 세계 최초로 규명·개발했고, 국내 최초로 생합성 영양쌀 개념을 도입해 국제공동연구를 주도하기도 했다. 또 철분이 가장 많은 쌀 고아미 4호를 탄생시키는 산파역도 맡았다. 그는 이런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특별 승진한 ‘연구 대상(大賞) 출신 1호’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 차장은 “우리나라도 낙후한 농업기술로 한때 다른 나라로부터 식량 원조를 받았다”며 “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농업기술이 세계적인 만큼 후진국에 농업전수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남북 경협이 진행될 경우 북한에도 벼 품종 전수를 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필리핀에 있는 세계적인 벼 품종 등을 개발하고 있는 연구기관인 국제미작연구소(IRRI) 주재관과 함께 자진해서 캄보디아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코피아)센터 초대소장을 지내는 등 해외 농업 분야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그는 농진청이 주도하고 있는 코피아센터 활동이 이제는 내실을 거둘 때라고 언급했다. 코피아센터는 우리의 선진 농업기술이 필요한 국가에 벼를 비롯한 토마토·파프리카·감자 등 주요 작물들의 재배 기술을 전수해주고 있다.
현재 코피아센터가 진출한 나라는 아시아 9개국, 아프리카 6개국, 중남미 5개국 등 모두 20개 나라에 달한다. 오는 8월 가나에 코피아센터가 문을 열면 모두 21개 국가로 늘어나게 된다. 이 차장은 “코피아센터를 더 늘리기보다는 이제는 내실을 거둘 때”라며 “현재 코피아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들의 농민들이 경제적으로 이득을 챙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능력 있는 코피아센터 소장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대한 근무기간을 5년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통상 3년 정도 근무를 하고 있다.
우리의 농업도 국정기조인 신남방정책에 발을 맞출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차장은 최근 농진청과 태국농업청간 농업기술협력방안협의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또 국내 선진농업기술 전수를 위해 부탄·라오스·몽골 등과 고위급농업기술협력을 협의했다. 그는 “몽골의 벼 재배 생산기술지원, 라오스·부탄의 농업정보지원 및 품종육성 기술지원 등 요청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장은 미래의 먹거리인 식용곤충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그는 “식용곤충 시장은 떠오르는 블루오션 시장”이라며 “국내 곤충산업 시장규모는 지난 2015년 3,029억원에서 오는 2020년 5,373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열기자 yjyu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