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됐다. 참으로 빠르게 지나간 한 해였다. 국내 정치적으로 변화가 많은 시기였을 뿐만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국제정세도 급변하고 있다.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국내외 경제환경도 빠르게 변했다. 무엇보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보호무역주의의 격랑이 세계 경제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자고로 무역과 거래를 막거나 제한해 득을 보는 경우가 없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국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인 우리에게 쉽지 않은 환경변화라고밖에 달리 말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 1년의 경제정책을 되돌아보면 아쉬운 부분이 빛나는 부분보다 많다. 정권 초기 가장 염려스러웠던 점은 정책의 디딤돌을 타당하지 않은 이론적 가설에 둔 것이었다. 소위 소득주도 성장이 그것인데 문재인 정부가 가장 먼저 추진한 정책이 그와 같은 이론에 근거한 최저임금 16.4% 인상이었다. 그리고 고용시장이 불안정해지자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비용부담이 늘어난 중소기업을 재정을 풀어 보조하는 것이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서 최저임금 노동자만 보고 그들을 대부분 고용하는 중소기업은 보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는 문재인 정부 위정자들이 정책의 ABC도 모르고 있음을 보여준 일화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최저임금의 경우로부터 미뤄 알 수 있듯이, 우려스러운 것은 문재인 정부 정책 담당자들이 무슨 실험을 하듯이 경제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무작정 밀어붙이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공무원 증원 등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려 하기보다 대증적이고 자극적인 방식을 통해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시행되고 있는 쉬운 방식의 정책을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포함해 전 정권들에서 택하지 못한 것은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계산 때문이었음을 모르나.
경제정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데 있어 명심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정책에 영향을 받는 경제주체와 집단이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정책으로 득을 보는 계층이 있으면 반드시 손해를 보는 집단이 존재한다. 정책이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며, 따라서 정책은 적어도 득이 손해를 초과한다는 계산이 설 때 실시해야 한다.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시도하는 것처럼 무슨 실험을 하듯이 불쑥 정책이라는 것을 내놓고 부작용이 생기면 재정을 들이대는 식의 정책은 정책담당자로서 부끄러워해야 할 선택이다. 국민이 내는 세금이 그렇게 우스워 보이나.
정책이 원리보다 감성과 이념에 좌우되는 것과 더불어, 지난 1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되돌아보면서 염려스러운 다른 하나는 계획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정책의 방향이 양질의 일자리인지, 소득 재분배인지, 아니면 경제체질 강화인지 방향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경제주체들이 모두 혼란스러워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대통령이 천명한 것까지는 좋은데 그 뒤에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혁신성장이라는 것을 천명했지만 그것이 전 정부의 창조경제와 뭐가 다른지 불분명하고 어떻게 추진될 것이라는 로드맵도 없어 보인다.
정치의 방향은 하루아침에 틀 수 있지만 경제는 그것이 불가능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경제주체들의 이해가 대부분의 사안에서 서로 크게 다르고 때로는 반대이기 때문에 잘못된 정책의 방향을 바꾼다고 경제가 곧바로 나아지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경제정책의 잘못은 항구적인 상처를 남기는 것이 보통이다. 경제를 망치는 지름길은 불확실성이다. 그것도 정부가 나서 조장하는 정책 불확실성은 가장 피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나라 경제의 큰 그림을 제시하고 어떤 절차를 거쳐 그것을 완성해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정책 방향을 설정할 때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를 비롯해 대통령과 정권 주위에 다양한 경제전문가들이 있지 않은가. 의견이 같은 사람의 견해를 듣는 것은 자기 견해를 남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인데 무슨 의미가 있나. 문재인 정부의 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해 보인다. 경제소통을 제안하며 앞으로 1년 후에는 이번과 다른 평가를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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